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뮤지컬보다 오페라·발레에 집중"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오페라·발레 전용 공간으로 설계된 만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극장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내년 여름 시즌부터 자체 제작하는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비롯해 더 많은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선보이겠습니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사진)은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의전당은 관객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오페라와 발레 등 순수 예술 장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7일 취임한 장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예술의전당의 새로운 비전과 운영 방침으로 △순수예술 장르별 전문성 강화 △미래 예술 세대 성장 지원 △문화예술 향유 플랫폼 선도 등을 제시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그동안 순수예술의 비수기로 꼽히는 1~3월과 7~8월에 주로 대형 뮤지컬 공연을 장기 대관으로 올려 왔다. 올해도 이 시기에 뮤지컬 ‘라이온 킹’과 ‘데스노트’가 공연됐다.

장 사장은 이처럼 대형 뮤지컬에 오페라극장을 대관해온 관행을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새 비전은 오페라극장에서 선명하게 보여질 것”이라며 “장기 대관을 해온 비수기에 자체 기획한 공연을 집중적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자체 기획 공연으로 내년 7월 오페라극장에 오페라 ‘노르마’를 올리고, 2024년 7월에 연광철, 사무엘 윤 등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해온 성악가를 초청해 리사이틀을 열 계획이다. 2024년 8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테너 이용훈의 한국 데뷔 무대로 오페라 ‘오텔로’를 공연하고, 2025년 2월에는 외국 유명 작곡가에게 의뢰한 신작 오페라를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장 사장은 “오페라극장은 탄생 목적에 맞게 오페라와 발레를 우선해 올리려는 의지로 이해해달라”며 “CJ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은 보다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21~23일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SAC 오페라 갈라’는 장 사장이 취임 후 처음 선보이는 기획 공연이다. 황수미 서선영 김기훈 등 한국 정상급 성악가 24명이 출연해 다채로운 오페라 공연을 펼친다. 그는 “새 비전의 선포식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며 “이번 갈라 공연을 비롯해 앞으로 선보일 오페라 공연은 세계 유명 극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무대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지난 6월 예술의전당 17대 사장으로 그가 선임됐을 때 공연계 안팎에서는 뜻밖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피아니스트인 장 사장이 서울대 음악대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해오며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음대와 공연장은 예술이라는 큰 둘레 안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대외적인 노출은 안 됐지만, 해외에서 페스티벌 등을 기획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편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의전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