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허문찬 기자
‘뱅크시’ ‘살바도르 달리’ ‘보테로’ ‘댄싱 베토벤’ ‘바우하우스’….

이들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한 아트 다큐멘터리다. 공통점은 배급을 맡은 마노엔터테인먼트. 국내 영화 수입·배급사 마노엔터테인먼트는 아트 다큐의 불모지인 한국 시장에 해외 명작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오미선 마노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는 지난 2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아트 다큐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오 대표는 “영화산업은 ‘도박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크지만 아트 다큐 장르는 다르다”며 “시장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정적인 관객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봉 이후에도 주문형비디오(VOD) 판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 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분야라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가 다양한 영화 장르 가운데서도 아트 다큐에 눈길을 둔 것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업적 감각 때문이다. 그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씨너스(현 메가박스) 사업총괄 겸 프로그래머, 부천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홍보팀장 등을 거쳤다. 그가 본 영화만 3000편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회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영화 수입·배급에 나섰다. 오 대표가 자신을 ‘아트를 이해하는 비즈니스맨’이라고 소개하는 배경이다.

아트 다큐에 주목한 이유는 관객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미술시장은 계속 성장했다”며 “미술에 대한 수요가 아트 다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트 다큐를 고르는 기준은 일반 영화와 다르다고 했다. “영화적 완성도가 살짝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눈여겨보는 경우가 많아요. 관객들이 영화 관람 전후로 해당 아티스트와 작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고 화제성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지난달 개봉한 ‘뱅크시’도 이런 이유로 들여왔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오 대표는 관객이 아트 다큐를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에 있는 미술관과 손잡고 ‘아트 다큐 영화제’를 함께 만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기 추상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삶을 그린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도 연내 개봉한다. 지난해 11월 클린트의 평전을 출간한 풍월당과 손잡고 공동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마노엔터테인먼트는 아트 다큐를 직접 제작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원은희의 봄봄봄’이라는 작품으로, 50살이 넘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원은희 작가의 이야기를 담는다. 원 작가는 ‘경력단절녀’로서 경제적 능력이 없어 힘들어하던 시절,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를 치유했다. 뒤늦은 시작에도 실력을 인정받아 뉴욕 파리 러시아 등에서 꾸준히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오 대표는 “원 작가의 그림 이야기, 이타적인 면모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라며 “많은 관객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