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다문화 포럼에 다문화 청소년 대표로 참석
"다문화 청소년들, 각자 갖춘 장점 통해 학교생활 잘 적응했으면"
"'너 자신에게 자부심 가져라'는 아버지 조언 통해 마음 단단해져"

"제가 농구 할 때 왼손으로는 드리블을, 오른손으로는 슛하거든요.

코트에서 양손을 자유자재로 쓴다는 게 강점이지 부끄러운 점은 아니잖아요? 다문화라는 배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
올해 국민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윌프레드(20)는 농구팬 사이에서는 '아마추어 농구 선수 가운데 가장 잘하는 선수'로 알려진 스타다.

유튜브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전 프로선수들도 당황하게 한 평범한 고등학생 농구 실력' 등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줄줄이 나온다.

'인싸' 유튜브 농구스타 윌프레드 "다문화는 꿈의 디딤돌"
22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2022 연합뉴스 다문화 포럼'에 다문화 청소년 대표로 참석한 그는 "난 특별한 사람이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늘 믿어왔다"며 "'다문화'는 내 꿈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농구발전연구소가 운영하는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현 파스텔세상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 파스텔 프렌즈)에 입단하면서 농구와 연을 맺었다.

그는 "농구단에 가입하면서 사교성도 기르고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됐다"며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단단한 체격과 뛰어난 운동 신경, 쾌활한 성격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인싸'(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인사이더)로 취급받았다.

서울 오산중 시절에는 전교 부회장을 맡았고 용산고로 진학하면서 1∼2학년 때는 전교 부회장, 3학년 때는 전교 회장을 맡았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여러 차례 차지할 정도로 공부도 충실히 해 올해 국민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런 그에게도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흑형'이라는 별명에 남몰래 훌쩍이기도 했고, 10자가 넘는 긴 이름을 듣고 웃는 아이들을 보고 머쓱해지기도 했다.

"한국식 이름으로 바꿀까 고민했는데 아버지께서 '너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게 내 개성이자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버지가 물려주신 좋은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코트를 휘젓는 모습이 미국프로농구(NBA)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와 비슷하다며 '동네 르브론 제임스'라는 별명도 생겼죠. 저와 같은 팀 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아졌고요.

"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주눅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밝힌 그가 다른 다문화 청소년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도 이와 비슷하다.

각자가 지닌 특기를 활용해 자신을 드러내고,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자는 것이다.

'인싸' 유튜브 농구스타 윌프레드 "다문화는 꿈의 디딤돌"
"저는 스포츠를 잘했어요.

그걸 통해서 좋은 친구를 만났고, 학교생활도 즐겁게 했어요.

고유의 개성을 잃지 않되 그것을 통해 무리에 잘 스며들면서 외롭지 않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
한때 프로농구선수라는 꿈을 품었던 그는 학업에 더 열중하길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에 따라 또 다른 목표를 찾고 있다.

다른 청춘들처럼 앞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크다고 한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며 "단 한 번도 '난 못할 거야'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슨 일을 하든 돈은 많이 벌고 싶다고 웃는 그에게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장남인 저를 포함해 4남매를 키우면서 부모님이 고생한 모습을 지켜봤거든요.

한국에서 다둥이 가정을 이끌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요? 얼른 성공해서 부모님 주름 펴 드리고, 동생들 꿈 이루는 데 도와주고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