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침례2 - 정현우(1986~)
우리는 툭하면 공을 던지고
서로를 맞히려 했지.
그러다
조용히 피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
공만 무수히 늘어나고.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창비) 中

두 사람 사이로 공이 날아듭니다. 서로가 서로의 과녁이 될 때, 날아드는 것은 비단 공뿐만이 아니겠지요.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전하고 싶은 마음, 서로를 향한 관심 혹은 가벼운 말 한마디일 수도 있겠습니다. 같은 공일지라도 매번 다른 각도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날아갑니다. 그래서일까요. 피하고 싶은 공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 공을 던져봅니다. 몸을 살짝 틀어 날아오는 공을 피한 뒤, 힘없이 팔을 휘둘러봅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유일한 몸짓일지도 모릅니다.

김건홍 시인(2020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