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공저 '세금의 흑역사'

세금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왔다.

그것은 문명과 국가의 동력이기도 했다.

기원전 2500년 수메르의 점토판 기록으로 남은 것은 세금 납부 영수증이었다.

한편으로, 그 그림자 또한 짙게 드리워져 있다.

'역사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세금을 약탈로 봤다.

이렇듯 인류는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공간에서 세금과 경쟁하고 숨바꼭질해왔다.

사회계약설의 토머스 홉스는 '내 거'에서 떼어내 바치는 행위는 불공평만큼이나 참기 어렵다고 설파했다.

재정전문가들이 살펴본 세금 역사와 그에 얽힌 이야기
국제통화기금(IMF)의 공공재정국 부국장인 마이클 킨과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인 조엘 슬렘로드는 세금의 역사로 인류 경제사를 탐색해나간다.

공저 '세금의 흑역사'는 국가와 시민 간에 영원한 도전과 응전이었던 세금이 역사 속에 어떻게 기록됐는지, 그리고 현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거 사건들이 어떤 단서를 제공할지 등을 다각도로 들려준다.

세금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그룹이 세금 징수인이다.

예수의 부름을 받은 마태가 그렇고, 근대화학의 창시자 라부아지에 또한 세금 징수인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이들이 미움을 받았던 까닭은 오늘날의 대부업자와 닮았기 때문이란다.

세금은 단순히 돈을 걷는 일이 아니다.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구분하는 원칙들은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형성됐다.

예컨대 기후위기로 부상하는 탄소세는 러시아 표트르 1세가 귀족을 억제할 의도로 매겼던 '수염세'와 비슷하다.

고대 잉카는 극빈층에는 사람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곤충인 이를 세금 대신 내도록 했는데, 누구든 어느 정도의 세금은 내야 한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특히 초기의 세금 중에는 야만적 행위가 다수였다고 한다.

이웃 나라를 무력 정복해 몰수한 곡물과 귀중품이 곧 세금이었던 것. 여기다 패전국 사람들을 노예로 부렸을 뿐 아니라 금전이나 공물도 해마다 꼬박꼬박 바치게 했다.

그렇다면 세금은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웠을까.

꼭 그렇진 않다.

아테네의 세금은 귀족의 기부처럼 명예로운 행위였다.

이들 귀족은 국가 행사에 자발적으로 헌납했고, 이런 자발적 기부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국가의 위기 때면 장려되고 있다.

재정전문가들이 살펴본 세금 역사와 그에 얽힌 이야기
오늘날 세금은 개인들이 경험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의 통치 행위이자 강제 행위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저항을 낮추기 위해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기업이란 대리인을 통한 원천징수, 군대 징집 같은 노역 세금 등 우회적 징수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보듯, 불평등 조정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유층에 걷는 부유세는 미국에서 헌법에 위배된다며 강한 저항에 부딪혀 왔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생산 단계마다 과세하는 '천재적인 세금' 부가가치세가 미국에서도 곧 도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책의 제1부 '약탈과 권력'은 세금 역사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통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걷으려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들려주며, 2부 '승자와 패자'는 세금에서 진짜 부담을 짊어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면서 과세의 공정성을 이야기한다.

이어 3부 '행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이집트 파라오 시대에서 지금의 다국적기업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 인간의 기발한 능력 등을 보여주고, 4부 '세금은 저절로 걷히지 않는다'는 정부가 어떤 규칙과 법으로 세금을 내도록 설득하고 위협해왔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5부 '세금 규칙 만들기'에선 세금 정책을 입안하는 복잡한 현실을 살펴본 뒤 각 정책이 거둔 성공과 실패를 설명한다.

아울러 과거와 다른 형태를 취할 미래의 세금 제도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교훈도 찾아본다.

홍석윤 옮김. 세종서적. 568쪽. 2만2천원.
재정전문가들이 살펴본 세금 역사와 그에 얽힌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