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압으로 문 열리지 않아 고립…경찰이 방범창 뜯고 차례로 대피시켜

8일부터 이틀째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빗물이 들어찬 반지하 방에 고립됐던 사람들이 경찰관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8일 오후 11시 10분께 경기남부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에 "집에 물이 차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가 접수됐다.

[중부 집중호우] 빗물 들어찬 반지하서 60대 3명 가까스로 구조
군포시 소재 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당시 급속한 속도로 방 안에 빗물이 차오르자 현관문을 열고 탈출하려 했으나, 수압 탓에 문이 열리지 않자 경찰에 구조 요청을 한 것이다.

군포경찰서 금정파출소 소속 정재형 경장 등 4명은 출동 지령을 받고는 곧바로 현장으로 나갔다.

이어 주변에 있던 각목과 철근을 이용해 지렛대 원리로 이 방의 방범창을 뜯어낸 뒤 창문을 깨고 A씨를 구조했다.

마침 오후 11시 23분과 42분에 바로 인접한 건물에서도 연달아 같은 신고가 접수됐고, 정 경장 등은 9일 0시 1분 같은 방법으로 B(63·여)씨와 C(62·여)씨를 각각 구조했다.

당시 군포의 1시간 강수량은 무려 112.5㎜(8일 오후 10시 26분∼11시 26분)로, 도내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비 피해 신고가 119에 집중되면서 소방당국의 출동이 지연되자 112로도 신고가 잇따르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정 경장 등은 쏟아져 내리는 비의 양으로 볼 때 구조를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 즉각 구조 작업에 나서 3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박기성 경기남부청 112 관리팀장은 "지난 밤 중부지방에 집중 호우가 계속돼 지역 경찰관, 교통 경찰관이 비상 근무를 하면서 침수지역 인명피해 예방에 주력했다"며 "정 경장 등이 출동 지령을 받고 단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데 이어 신속·정확하게 상황 판단을 해 시민들을 구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 집중호우] 빗물 들어찬 반지하서 60대 3명 가까스로 구조
한편 서울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고에서는 안타깝게도 3명이 사망했다.

9일 0시 26분 서울시 관악구의 한 주택 반지하에서 발달장애인인 40대 여성과 그의 여동생 D씨, D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D씨는 빗물이 들이닥치자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지인이 8일 오후 9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배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방당국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나, 배수 작업 후 이들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