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데이터 경제시대'…빅데이터 소유자는 누구일까
디지털 문명은 풍요롭고 밝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은 많은 사람을 디지털 문맹으로 전락시킨다. 기술 발전과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하게 되고, 다양한 권리를 잃게 된다. 혁신을 향한 경이로움이 이내 경계심으로 바뀌는 이유다. 그렇다면 빠른 변화에 낙오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권리장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 지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파트너변호사가 썼다. 저자는 ‘누구를 위한 기술 혁신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는 “혁신은 더 이상 맹목적인 추앙의 대상이 아니다”며 “오히려 혁신의 굴레에서 해방되어야만, 디지털 문맹에 빠지지 않고 디지털 주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이 거대한 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온라인 플랫폼의 디지털 권력 장악은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와 직결된다. 데이터가 자산이자 경쟁력인 ‘데이터 경제시대’에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빅데이터는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바일과 PC에서 끊임없이 반복하는 검색, 정보 활용 동의, 태그, 댓글 등 일거수일투족이 곧 데이터가 된다.

하지만 어느 법에도 데이터 주권이나 소유권이 명시돼 있지 않다. 민법도 데이터를 소유의 객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관련 법률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 등에 관한 기본법’도 데이터 소유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데이터 독점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빅데이터를 확보한 플랫폼 기업과 그러지 못한 스타트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만 한다. 많은 네티즌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한 채, 무작정 다량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저자는 “데이터는 곧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의 한 사람인 나로부터 나오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하며, 이를 지키기 위한 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