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용·뮤지컬계 입장차 '확연'…"문체부, 공연계 밥그릇 싸움 조장" 지적
문체부 "의견 수렴 과정 부족…추후 협의 거칠 것"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둘러싼 공연계 갈등…문체부 비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에 건립하는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을 두고 공연계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24일 문체부가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가진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공연계 공청회'에서는 연극·무용·뮤지컬 등 공연 장르 간의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조성 사업은 현재 국립극단이 사용 중인 용산구 서계동 7천905㎡ 부지에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대공연장(1천200석), 중공연장(500석), 소공연장 3개(300석, 200석, 100석) 등을 갖춘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이다.

문체부는 총사업비 1천244억 원을 들여 2023년 7월 착공해 2026년 12월 말 준공한다는 목표로 현재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연극계는 국립극단이 2010년부터 지켜온 부지에 연극 공연에 적합하지 않은 대극장이 포함된 다목적 문화시설을 세우는 건 국립극단의 상징적인 공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는 이날 공청회 참석을 거부하고 문체부 항의 방문을 진행했다.

손정우 연극협회 이사장은 항의 방문에서 "2013년부터 진행된 건립 사업이 그동안 연극인 누구도 그 내용을 모른 채 암암리에 진행됐다"며 "당장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고 현장 예술인과 소통하는 연극 전용극장 건립위원회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심재민 회장은 "역사적으로 연극계에서 사용해 온 공간을 문체부가 연극계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분배하겠다는 식의 발상이 경악스럽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에 전용 극장이 없는 무용계와, 수요와 비교해 공연장 공급이 부족한 뮤지컬계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복합문화시설 건립 사업이 자칫 공연예술 장르 간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청회에 참석한 무용가 이해준 씨는 "평창 올림픽 등 여러 국가 행사들마다 적극 나서며 기초 예술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무용계지만 아직 국내에 무용 전용 극장 하나 없는 실정"이라며 "이번 서계동이 아니더라도 어디라도 전용 극장이 하나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뮤지컬협회 사무국장은 "국립극단과 연극인들에게 정체성과 의미가 있는 부지라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 공간이 연극인들 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문화적 다양성을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보이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미라 문체부 공연예술과장은 "2013년 이 사업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실시했을 당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지어지면 좋겠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며 "중·대공연장에 대한 수요가 각계에서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떤 무대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선 계속해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서는 문체부가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공연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연극평론가 김소현은 "문체부가 정책을 추진할 땐 어떤 목적과 정체성을 가진 공간을 짓겠다고 제시해야 그에 맞는 현장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며 "이렇게 문체부가 '건물을 지을 테니 어떤 공연장을 만들지 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달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공연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성천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정책의 정체성을 설정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부분은 인정한다"며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 공간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해 수요를 분석하고 협상하는 과정을 길게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둘러싼 공연계 갈등…문체부 비판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