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박 美 동아태 부차관보 "미국과 계속 긴장감 높이려 할 것"
'로켓맨'에서 국제정치가로…'비커밍 김정은' 국내 출간

"'화염과 분노'의 영향으로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 행동 위협을 믿지 않게 되면서 향후 대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앞으로 김정은은 국제 사회의 계산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미국과의 어떤 대결에서도 계속 긴장감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성장 과정과 지도자 수업,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정세 판단, 북한 체제에 대한 전망 등을 담은 책 '비커밍 김정은'(원제 'Becoming Kim Jung Un)이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저자인 정 박(한국명 박정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오래 근무하며 '김정은 권위자'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국석좌로 일하던 지난해 4월 미국 현지에서 출간됐다.

책은 제목처럼 평전을 방불케 한다.

그의 스위스 유학시절은 물론 유일수령체제를 확립한 김일성과 '은둔형 지도자' 김정일 통치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그의 세계관과 핵무기에 대한 인식의 근원을 분석한다.

저자는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다니며 아버지 김정일의 통치를 근거리에서 지켜본 경험이 그의 성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김정일이 첫 핵실험을 감행할 당시 스물두 살의 김정은은 대학 졸업을 두 달 앞두고 있었다.

저자는 김정일이 '핵 외교'로 아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했다면서 "2006년 10월의 핵실험은 김정은이 집권했을 때 선택의 폭을 좁혔고, 북한과 2500만 북한 인민의 운명이 이 핵 유산의 보존에 달려 있다는 확신에 그를 가두었다"고 지적한다.

'로켓맨'에서 국제정치가로…'비커밍 김정은' 국내 출간

집권 초기 6년간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 시기를 합친 것보다 세 배 많은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북한의 여섯 차례 핵실험 중 네 차례를 감행했다.

이 기간 김정은이 만난 외국인은 단 두 명,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초밥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뿐이었다.

'리틀 로켓맨', '미친 뚱보', '평양의 돼지 소년' 등으로 불리며 전세계적 조롱을 받던 그가 2018년 돌연 국제정치 무대에 데뷔하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압박이 성공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저자는 "최대 압박과 트럼프의 체제 파괴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핵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김정은은 이미 국내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는 적어도 '선회'라는 오래된 전술이 여전히 먹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짚는다.

김정은에 대한 남한 내 인식변화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2018년 EBS미디어는 김정은을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 등으로 소개한 종이인형을 만들었다가 '미화 논란'이 일자 회수했다.

저자는 "김정은을 '주적'에서 '한반도 평화 통일의 동반자'로 바꾸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한편 모호한 비핵화 선언과 외교 선회를 통해 살인적 독재자라는 악명을 떨쳐버리려는 김정은의 노력이 효과를 본 결과"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이 어린이용 퍼즐을 보면 그간 계속해서 '중대한 사이버 위협'을 제기하고 화학 무기를 이용해 대량 살상 의지를 밝혀온 북한의 실체를 잊기 쉽다"며 "부드러운 캐리커처 이미지에 사로잡혀 정책을 도출하고 또 그의 전략적인 목표와 본질을 놓치며 그의 전술에 잘못된 반응을 보인다면 아마 세계는 그에게 '한반도에서 계속 사건을 일으킬' 여지를 줄 게 뻔하다"고 주장한다.

'로켓맨'에서 국제정치가로…'비커밍 김정은' 국내 출간

'평양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새로 지은 놀이공원에서 김정은과 팔짱을 끼고 걸으며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리설주의 모습은 혁명적이고 군국적이었던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과는 달랐다.

저자는 '북한 설화'에 등장한 리설주를 두고 "자신만의 21세기 브랜드를 만들려는 김정은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혼 남성은 여전히 소년으로 취급받는 북한 사회에서 리설주의 '여사' 역할은 김정은에게 유부남의 진지함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아가 '리설주 미화'와 대중적 인기에서 북한체제의 미래를 내다본다.

"리설주의 공개적인 격상은 김정은-리설주 연합을 '유일하게' 합법적인 조합으로 못 박아서 자신들 사이에서 나온 자손이 자기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잠재적인 도전자들을 피하고 더 이상의 궁중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일 수 있다.

(중략) 독립적이고 강력한 북한을 물려주려는 김정은의 열망을 고려할 때, 핵무기는 그의 후계자에게 물려줄 유산의 일부가 될 것이 분명하다.

"
다산북스. 손용수 옮김. 392쪽. 2만원.
'로켓맨'에서 국제정치가로…'비커밍 김정은' 국내 출간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