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별보러 가자…캠핑 마니아는 가을·겨울에 떠난다
캠핑은 단지 텐트를 치고 즐기는 여가 활동이 아니라 자연과 진지하게 만나는 행위입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7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사람 7명 중 한 명은 캠핑을 즐긴다는 얘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이 중·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아버지 손에 이끌려 따라간 낚시터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운 기억이 있을 겁니다. 여러 번 공기를 펌프질한 뒤 불을 붙이는 황동제 석유버너가 그 시절을 대표하는 캠핑용품이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캠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구매했다는 자칼텐트와 부르스타, 은박돗자리를 가지고 산이나 바다를 찾았습니다. 캠핑다운 캠핑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부터였습니다. 주 5일제가 시행되고 자가용 인구가 늘면서 새로운 캠핑문화가 등장했습니다.

대형 텐트, 각종 테이블, 화로대, 캠핑의자, 바람막이, 겨울용 난로, 마치 아일랜드 식탁 같은 캠핑용 테이블(IGT), 캠핑용 토스트기, 캠핑용 커피머신, 심지어 빔 프로젝터에 이르기까지 거의 집을 옮기는 수준의 캠핑문화가 전성기를 이뤘습니다.

엄청난 양의 캠핑 장비를 나르기 위해 대형 차량이 필요했고 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 당시 캠핑용 트레일러가 첫선을 보였습니다. 뒤이어 단출한 배낭에 짐을 꾸려 혼자 다니는 솔로캠핑이나 백패킹 같은 간소 캠핑이 새로운 캠핑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 같았던 캠핑은 2000년대 후반 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정체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캠핑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대유행이었습니다. 팬데믹으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자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캠핑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타는 차를 개조해 간이 캠핑을 즐기는 차박이나 아예 ‘네 바퀴 집’인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이들까지 생겼습니다. 텐트, 취사 장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캠핑을 즐기는 글램핑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봄이나 가을이 캠핑의 최적기였지만 요즘은 사철 어느 때라도 캠핑이 성업 중입니다. 봄에는 꽃의 노래를 볼 수 있고 여름에는 신록에 몸이 물들 것 같습니다. 가을엔 낙엽의 고혹한 매력에 빠지고 겨울은 순백의 서정에 사로잡힙니다.

이제 캠핑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 됐습니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였다”는 일본의 유명 여행작가 다카하시 아유무의 말에 공감한다면 주저없이 배낭을 꾸리고 자연 속으로 떠나세요. 당신의 삶은 소중하니까요.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