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개정증보판 냈으나 오·탈자에 편집 오류 등 내부 비판 커
교정원장 사과·교단 감찰원 조사…최고지도자 종법사 침묵 속 사퇴 관측도
초유의 '원불교 경전' 전량 회수사태 …종법사 사퇴 가능성 거론
원불교가 반세기 만에 교단 경전인 '원불교전서' 개정 증보판을 냈으나 심각한 오·탈자와 편집 오류 문제 등이 불거지며 개정판 전량 회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1일 교계에 따르면 원불교는 지난 4월 28일 교단 최대 경축일인 '대각개교절' 경축식에서 원불교전서 개정 증보판을 봉정하며 개정판의 발간을 대내외에 알렸다.

원불교전서는 교리와 법어, 성가 등이 담긴 기본 경전이다.

기독교로 보면 성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사용했던 전서는 1977년 초판 발행이 됐으니 44년 만에 개정증보판이 나온 셈이다.

이후 전서 개정판은 전국 교당과 기관에 배포됐으나, 일선 교무와 교도들 사이에서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선 오·탈자 문제다.

개정판을 준비한 취지가 기존 전서에 있던 오·탈자 수정을 위한 것인데, 새롭게 나온 개정판에 이런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전서 일부 내용에서 그림 배치가 뒤바뀌어 편집된 사례가 확인됐고, 시대에 따라 개정돼 달라질 수 있는 교헌이 교단의 근본 가르침을 담은 전서에 삽입돼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개정판이 실무부서는 물론 원불교 최고 의결기관인 수위단회 의결까지 거쳐 발간됐음에도 오류가 걸러지지 않은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교단은 개정판을 향한 비판이 거세자 5월 25일 원불교전서 개정판 수천 권을 모두 회수하기로 했다.

교단 감찰원은 개정판 발간과정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고, 개정판 발간에 관여했던 책임자 여러 명이 사의를 표했다.

원불교 중앙총부 집행기관의 책임자인 오도철 교정원장은 개정판 전량 회수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전산 김주원 종법사는 이번 사태가 두 달이 다 돼가도록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원불교 역사 106년 만에 맞은 '경전 참사'에 전산 종법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교단 내부에서 이 문제로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는 전언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원불교 관계자는 "종법사 사퇴와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불교 종법사 임기는 6년으로, 전산 종법사 임기는 2024년까지다.

종법사 자진 사의가 가능한지와 관련해 교단 내부에 규정이 없는 탓에 그의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원불교는 교단 역사상 가장 큰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