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먼지가 보이는 아침 김소연(1967~)
조용히 조용을 다한다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낼 때

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
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

나는 나대로
극락조는 극락조대로

먼지는 먼지대로 조용을 조용히 다한다

시집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 中

최근에 저는 행복한 때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이런 질문은 내 나이를 생각하게 합니다. 거창한 순간을 생각하던 예전과는 다르게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늘이 어제와 비슷한 거. 어제가 지나간 것처럼 오늘도 지나갈 수 있는 거.” 조용히 조용을 다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햇볕이 오려낸 벽을 바라보며 다음 생을 가늠하기도 하면서. 먼지에도 조용한 기쁨이 있겠지 생각하면서, 하찮은 것이란 뭘까 생각하는 평범하고 그래서 비범한 하루를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서하 시인(2016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