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는 유부남이에요. 그런데 맨날 이혼을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어떤 여자가 버틸 수 있을지…. 너무 힘든 남자예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에서 아름다운 여인 아드리아나(마리옹 코티야르)는 이렇게 투정을 부린다. 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파블로 피카소. 영화에서 아드리아나는 피카소의 연인으로 나온다.

아드리아나는 가상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 속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피카소는 실제로 7명의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 충만한 감정을 화폭에도 담았다. 연인을 모델로 삼아 초상화를 다수 남겼다. 연인이 바뀔 때마다 화풍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다.

피카소의 첫 번째 연인은 유부녀 페르낭드 올리비에였다. 피카소는 올리비에를 만난 후 어두운 색채에서 벗어나 밝은 ‘장밋빛 시대’로 접어들었다. 두 사람은 8년 동안 동거했지만 피카소가 유명해지면서 헤어졌다. 두 번째 여인은 올리비에의 친구였던 마르셀 윙베르. 그는 피카소 지인의 연인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졌다. 피카소는 훗날 “가장 만족했던 여성은 윙베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카소는 결핵에 걸린 그를 돌보지 않고 혼자 이사를 갔고, 윙베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혼은 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첫 번째 아내였던 올라 코클로바와는 17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으나 잦은 불화를 겪고 헤어졌다. 두 번째 부인은 마지막 여인이었던 프랑수아즈 질로였다. 질로는 피카소와 10년을 살고 아이도 낳았지만, 먼저 피카소를 떠나갔다.

피카소의 가장 빛나는 뮤즈였던 인물은 그가 46세 때 만난 17세의 소녀 마리 테레즈 발테르였다. 네 번째 여인이었던 그는 ‘볼라르 연작’ 등 피카소의 많은 작품에 모델로 등장했다. 피카소가 54세 되던 해 만난 26세 여성 도라 마르 역시 피카소의 작품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당시 피카소는 올라와 법적 부부 상태였고, 발테르와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와도 만나며 그의 많은 초상화를 그렸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그 주인공인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