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티 '샤프롱'·하트 '앨리스 하트의 잃어버린 꽃'

서로에 대한 선의와 우정으로 운명의 장벽을 뛰어넘으며 함께 성장하는 여성들의 잔잔한 이야기 두 편이 눈길을 끈다.

극단적이거나 이념적이지 않아서 감동의 크기와 공감의 폭이 더 크다.

영어권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장편소설 '샤프롱'과 '앨리스 하트의 잃어버린 꽃'이 최근 우리나라에 번역돼 나왔다.

미국 소설가 로라 모리아티가 쓴 '샤프롱'(문학수첩 펴냄)은 미국에서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세계 12개국에서 번역 출판 계약을 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소설로 말하는 여성들의 우정과 성장
보수적이던 1920년대에 캔자스주에서 변호사 남편과 살던 삼십 대 여성 코라와 배우를 꿈꾸는 십 대 소녀 루이스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그린다.

변화 없이 조용히 살던 코라가 뉴욕에 있는 유명한 무용 학교에 진학하려는 샤프롱(보호자)을 맡기로 하면서 두 사람의 감동적인 35일간의 동행이 시작된다.

둘 다 겉으로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상처가 적지 않다.

코라는 자신의 존재 의미와 자유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시달렸고, 어릴 때부터 아름답고 지적이었던 루이스는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로 상처가 누적돼 왔다.

하지만 뉴욕은 이 두 여성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한다.

코라는 자유 의지를 만끽하며 새로운 인생으로 향한 길을 발견하고, 루이스는 재능과 매력을 인정받으며 배우로서 가능성에 눈을 뜬다.

두 사람은 낯선 뉴욕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모녀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뉴욕에서의 여름에 맺은 우정의 열매는 이후 두 사람이 고난을 겪을 때마다 서로 위로하고 돕는 평생의 동반자 같은 사이로 발전한다.

금주법과 여성 참정권 운동, 대공황 등 미국 근현대 역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개인의 삶과 연결하는 작가의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김승욱 옮김.
호주 작가 홀리 링랜드의 장편 '앨리스 하트의 잃어버린 꽃'(스토리텔러 펴냄)은 2019년 호주출판상(ABIA) '올해의 소설상'을 받고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간된 수작이다.

내년에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거니 위버 등이 출연하는 7부작 미니 시리즈로 방영될 예정이다.

소설로 말하는 여성들의 우정과 성장
비극적 사건으로 부모를 여읜 아홉 살 소녀 앨리스가 존재조차 몰랐던 할머니 준과 함께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 서사다.

할머니는 호주 내륙 시골 마을에서 야생화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족을 잃은 여인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는 강인한 여성이다.

앨리스는 말로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야생화의 꽃말을 인용해 대신하는 방법을 할머니로부터 배우며 자란다.

어느 날 비밀스러운 가족사를 알게 된 앨리스는 농장을 떠나 중부 사막의 운석공 지대로 떠나고, 그곳에서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남자 딜런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운명에 맞서 야생화를 키우며 살아가는 여인들의 우정, 선한 연대, 가족 간의 사랑과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앨리스의 성장 이야기가 신대륙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뭉클한 울림을 준다.

각 장의 제목을 호주에만 자생하는 야생화 30종의 이름과 꽃말로 정해 이야기가 전하려는 의미를 상징한다.

김난령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