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
단순히 기술 혁신과 신산업 혁명을 넘어 미래 인류 생활 양식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화두로 떠오른 용어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를 뜻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써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 사실 같은 말이지만, 이들을 아우르는 더욱 포괄적인 개념으로 인식된다.

메타버스에서는 가상의 '나' 또는 디지털 세계 속 자아인 '디지털 미(Digital Me)'가 현실 속 '나'를 대체하는데, 이를 우리는 '아바타'(Avatar)라고 부른다.

메타버스란 개념이 최근 급속히 주목받기 시작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매우 크다.

'격리'가 1년 넘게 계속되면서 식욕, 성욕, 수면욕 못지않게 인간에게 필수적인 사회적 관계 맺기와 대면 활동 등을 못하게 되자 가상 공간에서라도 이런 욕구를 해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버스는 우리 실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어 오는 모습이다.

세계 최정상급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11월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상영회를 열어 공개했다.

BTS는 콘서트도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서 가상 공연으로 열었다.

이 콘서트는 세계 동시 접속자 270만 명을 기록하며 메타버스 경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네이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경기 성남시 본사 사옥으로 출근하는 대신에 자회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연수와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메타버스와 아바타란 용어는 최근 만들어진 게 아니다.

놀랍게도 30년 전에 한 과학소설(SF) 작가가 소설 작품을 통해 창시한 개념이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SF 작가 닐 스티븐슨은 1992년에 펴낸 장편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서사 전개를 위한 핵심 개념으로 등장시킨다.

'메타버스·아바타' 개념 낳은 소설 '스노 크래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 들어갈 수 있다.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현실에선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고자 피자를 배달하는 신세이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뛰어난 검객이자 해커다.

그는 메타버스 안에서 확산하는 신종 마약 '스노 크래시'가 아바타의 현실 세계 주인인 사용자의 뇌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알고 배후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이 소설은 발표된 이후 많은 정보기술(IT) 업체 개발자들과 경영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린든랩에서 2003년 출시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는 린든랩 창업자 필립 로즈데일이 이 소설을 읽고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도 영감을 준 책으로 이 소설을 꼽았다.

시사 주간지 '타임'에서 선정하는 '가장 뛰어난 영문소설 100'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국내에서는 1996년 1월 출간됐다가 절판됐는데, '메타버스'란 개념이 주목받으면서 중고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문학세계사가 남명성의 번역으로 다시 펴낸다.

공식 출간일은 오는 21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