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개인전 '몽유'
실험미술 거장 이강소의 컬러 회화…"색이 나를 유혹"
이강소(78)를 설명할 때 실험미술이 빠지지 않는다.

국내 실험미술 최전선에 섰던 그는 1970년대 미술 연구 모임 '신체제', '아방가르드(AG) 그룹', 서울현대미술제, 대구현대미술제 등을 통해 현대미술 운동을 주도했다.

작가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비디오, 설치 작품 등을 선보였다.

사진, 판화, 조각까지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했다.

캔버스 천의 실밥을 한 올씩 뽑거나 찢고, 자신의 몸에 물감을 칠하고 캔버스용 천에 닦아낸 뒤 바닥에 펼치는 등 회화도 그에게는 실험 대상이었다.

그가 물감과 붓을 사용한 그림 그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뉴욕주립대에 객원 미술가로 머물던 1985년이다.

제작 방식은 1970년대와 차이가 있지만, 이강소 특유의 실험성은 여전했다.

"습관적인 붓질에서 벗어나고자 계속 노력했다"고 그는 지난 회화 작업을 돌아봤다.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16일 개막하는 이강소 개인전 '몽유'는 작가가 1990년대 말부터 올해까지 완성한 회화 30여 점을 선보인다.

'화가' 이강소에 집중한 전시다.

빠른 붓 놀림으로 굵은 선을 표현한 '청명'과 '강에서' 연작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오리 모양 등이 나타나는 작업까지 다채롭다.

'꿈속에서 논다'라는 뜻의 전시 제목 '몽유'는 작가의 세계관을 나타낸다.

그는 이 세계가 실제로는 꿈과 같다고 해석한다.

우리가 보는 세계가 실재인가를 물으며, 작품으로 또 다른 시각에서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실험미술 거장 이강소의 컬러 회화…"색이 나를 유혹"
전시장에서 만난 이강소는 "내가 의도한 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써지고 그려지는 그림"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나 의도가 개입되는 것을 피하고,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붓질이 작품을 완성한다는 의미다.

그는 "눈에 보인다고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두 각자 기억과 경험에 따라 보는 것이 다르다"라며 "작가 역시 그림을 그리는 순간마다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부터 평면 회화 작업을 했는데 쉽지 않아 마구잡이로 그려보는 모험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라며 "새로운 방법을 구현하고자 나름대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색과 흑색 선, 흰 캔버스가 어우러지는 모노톤 회화 작업으로 이강소는 단색 화가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붉은색과 노란색 등 강렬한 색채로 화면을 채운 신작을 내놓아 단색화가군과는 다른 지점을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컬러 작업에 대해 그는 "20년 전 사둔 아크릴물감 꺼내 칠해보니 색이 너무 아름다웠다"라며 "색이 나를 유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기,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단색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앞으로 나를 유혹하는 색채를 찾아 충분히 색을 사용하는 실험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들이 자기 파괴에 소홀해지면 안 된다"라며 "작가도 계속 변하지 않으면 골동품이 된다"고 강조했다.

8월 1일까지.
실험미술 거장 이강소의 컬러 회화…"색이 나를 유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