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자의 비판서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 번역출간
"빌 게이츠 '자선 자본주의', 민주주의 질서에서 벗어나"

세계적 갑부이자 자선사업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이혼 이후 과거 행적들이 구설에 오르는 가운데 자선사업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프랑스 기자이자 작가인 리오넬 아스트뤽이 2019년 불어로 출판한 책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원제 : L'art de la fausse générosité, 거짓 관용의 기술)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출판사 소소의책이 펴낸 이 책은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선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질서에서 벗어난다며 거세게 비판한다.

저자는 "초국적인 권력을 가진 게이츠 재단의 활동은 그 어떤 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는다"며 "더욱 암담한 것은 이 재단이 그 막대한 자금으로 학자들과 비정부기구(NGO), 언론의 입을 간접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게이츠 재단은 여러 국제조직에서 최고위급의 의사 결정까지 하고 있다"며 "워낙 방대하게 자금을 뿌린 덕분에 이 재단은 영향력 있는 주체들의 자발적인 충성까지 보장받는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재단 이사회는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세 사람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등을 제시한다.

또한 미국 사회단체 '포퓰러 헬스 무브먼트'의 "게이츠 재단은 전 세계 보건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이렇게 장려된 정책의 영향에 대한 평가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는 등의 지적을 소개하며 "게이츠 재단은 반드시 독립된 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소수의 대부호가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자선 자본주의' 관행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위선이 자선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나타날 땐 이들의 힘을 뿌리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자선 자본주의'를 키워가는 양분은 부의 축적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책은 게이츠 재단의 세계 보건과 농업 분야의 활동에 대해 제기된 비판들을 소개한다.

보건 분야를 보면 게이츠 재단은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의 11%를 제공했으며 이는 영국 정부가 공여한 금액의 14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책 우선 과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WHO에 몸담았던 전염병학자 데이비드 헨더슨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WHO가 게이츠 재단의 영향 아래 소아마비 퇴치 운동을 우선 과제로 삼은 것 자체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한다.

헨더슨에 따르면 2011년 소아마비 퇴치 운동이 집중된 나이지리아와 인도, 파키스탄 3개국에서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PT) 접종이나 홍역 접종에 대한 부분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들 3개국에서 DPT와 홍역 백신을 맞지 못한 어린이 2천200만 명 가운데 1천100만 명만 살아 있다고 한다.

소아마비 백신팀이 들어오는 걸 본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홍역으로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왜 소아마비 백신을 놔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농업 분야에서 제기되는 비판 역시 게이츠 재단이 막대한 자금 출연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으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에 집중된다.

15개 연구소의 컨소시엄인 국제농업개발연구자문기구(CGIAR)는 2012년 3월 기금운용심의회를 게이츠 재단에서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식품 생산성을 두 배, 세 배로 올려야 하는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직접 재정 지원을 받는 곳을 포함해 CGIAR에 소속된 다수 연구소는 그 후 GMO에 대한 연구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앤 에마누엘 번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보건정책학 교수가 2014년에 쓴 '자선 자본주의의 과거와 현재'라는 글을 부록으로 실었다.

이 글도 록펠러 재단과 게이츠 재단이 세계 보건 의제에 미치는 비민주적 영향을 지적한다.

배영란 옮김. 260쪽. 1만6천 원.
"빌 게이츠 '자선 자본주의', 민주주의 질서에서 벗어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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