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성사 기여…'대북지원' 사업 주도도
교황과 깊은 친분 유흥식 대주교…'백신나눔 운동' 적극 전개
한국인 가톨릭 성직자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장시간 대화를 나눌 정도로 깊은 친분을 맺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전교구장인 그는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황을 처음 만나며 인연을 맺었고, 이후 서신을 통해 교황과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 대주교의 친분이 알려진 계기는 2014년 교황이 대전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다.

그는 브라질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황을 만난 뒤로 편지를 보내 청년대회 초청 의사를 전달했는데, 교황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방한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유 대주교는 2014년 당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교황님께 '정말로 한국에 오실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주교님이 제게 편지를 쓰셨잖아요.

주교님 편지를 읽으면서 '한국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소리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었다'고 하셨다"는 뒷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그는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 카리타스의 한국 대표를 맡아 대북 지원사업을 주도적으로 펴기도 했다.

대전교구에 따르면 유 대주교는 2005년 9월 북한을 찾아 '씨감자 무균 종자 배양 시설' 축복식을 하는 등 2009년까지 4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교황과 접견을 통해 방북 의사를 거듭 확인하는 등 교황의 한반도 갈등 해소에 대한 의지를 알려온 인물이기도 했다.

유 대주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전 세계 천주교 교구 중에서 '백신나눔 운동'을 가장 처음으로 전개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빈곤 국가를 지원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왔다.

백신나눔 운동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부활절 즈음에 발표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의미)에서 가난한 나라에도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간청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대전교구는 이날까지 백신나눔 운동으로 모금한 7억원가량을 교황청에 전달했다.

이는 빈곤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원에 사용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교구의 백신나눔 운동에 관심을 보이며 크게 반긴 것으로 전해졌다.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대주교는 가톨릭대학을 수료한 후 군 복무를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1975년부터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1979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1983년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 본당 수석 보좌신부로 사목활동을 폈다.

대전교구 솔뫼 피정의 집 관장(1984), 사무국장(1989), 대전가톨릭대 총장(1998) 등을 지냈다.

2003년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됐고, 2005년 대전교구장직을 계승했다.

그는 현재 주교회의 서기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상임이사,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 담당 주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주교를 맡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