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쓴 '의식이라는 꿈'
"의식이 신비롭다?…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일 뿐"
정밀한 기계와도 같은 인간의 신체에는 아직도 명확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축축한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만들어지는가'이다.

과학 분야 성과와 진화적 관점을 중시하는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신간 '의식이라는 꿈'(바다출판사 펴냄)에서 의식이 독창적이기는 하나, 신비롭지 않은 물리적이고 생물학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의식을 신진대사와 다를 바 없는 신체 활동이라고 보는 그의 견해는 2013년 국내에 출간된 전작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의 핵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정신과 물질을 나누고 뇌에 내적 자아가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객석에 앉아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지만, 뇌에는 그러한 공간이 없다고 저자는 반박한다.

그는 뇌에서 일어나는 정신 활동은 감각 입력이 독립적으로 처리·편집·수정·해석된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편집 중인 수많은 원고가 뇌에 축적된 것과 같다는 점에서 이를 '다중 원고 모델'이라고 지칭한다.

서울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에서 한 강연 원고 등을 토대로 쓴 이번 책에서도 저자는 "당신을 구성하는 세포 중 어느 것도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무엇을 신경 쓰는지 알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뇌 안에는 왕이 없으며, 국영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공식적 관객도 없고, 데카르트적 극장도 없다"며 "우리의 뇌는 그보다 더 민주적이며 실로 무정부적"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의식적 경험이 주는 신비감에 매몰되지 말고, 인간 의식 이론을 위한 모든 데이터를 중립적 방식으로 포착하자고 제안한다.

책은 강연록을 중심으로 집필했다지만, 내용이 어려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는다.

앞머리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보면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역자인 문규민 중앙대 연구교수는 저자가 의식적 뇌를 온갖 정보, 표상, 신호가 경쟁을 벌이는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아수라장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닛은 단순히 의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는 모두 의식 없는 좀비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며 의식의 과학과 철학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숙독해야 할 책이라고 조언했다.

320쪽. 1만7천500원.
"의식이 신비롭다?…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일 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