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출간

지난 2007년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쇼크 독트린: 자본주의 재앙의 도래'를 펴내 주목받았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이끄는 시카고학파와 신자유주의를 날카롭게 비평한 이 책은 자유시장을 전파한다는 미명 아래 전 세계 민주주의가 어떻게 짓밟혔는지 파헤쳤으며, 그해 뉴욕타임스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됐다.

당시 25개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이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새롭게 출간됐다.

자연재해, 쿠데타, 전쟁, 경제 위기 등 자본주의가 어떻게 재난을 먹고 자라는지 살핀 이 저서가 전 지구적 코로나19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봐서다.

이를테면 '재난으로 본 세계사'라 할까.

저자는 지난 50여 년 동안 전 세계 재난의 현장에서 국가가 사익을 취하는 기업들에 의해 어떻게 작동됐고, 그 동력이 무엇이었으며, 그 결과로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탐사 취재했다.

그리고 자연재해, 쿠데타, 전쟁, 경제 위기 등 충격적 사건 이후 대중의 혼란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빈자들과 중산층의 돈을 털어 부유한 이들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충격요법을 '쇼크 독트린'이라 명명했다.

책에 따르면,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포클랜드 전쟁을 업고 광부들을 탄압해 거대한 민영화를 달성했듯, 미국의 부시 정부도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정부부문의 민영화에 박차를 가했다.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은 노동착취가 가능한 세계의 공장이 됐고, 1998년 IMF 사태를 거치며 신자유주의가 일상화한 한국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함께 양극화가 심화했다.

다시 말해 재난 자본주의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누구를 위한 세상이어야 할까.

이미 자산이 많아 권력을 쥐고 있는 포식자들이 더 극단적인 부를 누리는 세상인가, 아니면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며 가난한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 사람들을 보듬어 안는 곳이어야 하는가.

저자는 이번 책에 추가된 영국 '가디언'과의 지난해 7월 인터뷰를 통해 "거대 테크기업들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실로, 의료, 교육 등 우리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디지털화하며 공공의 데이터로 극단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우리의 참여로 성장하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은 이제 공공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는 개인만 건강해서 되는 게 아니라 사회라는 공동체가 건강해야 나의 건강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 나만 안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전해야 나의 안전도 기약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인터뷰에서 '기후, 평등, 그리고 공정'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한다.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 클라인은 현재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살)와 함께 기후 변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그녀의 환경운동서 '미래가 불타고 있다'가 지난 3월 국내에 번역·출간된 바 있다.

김소희 옮김. 모비딕북스. 704쪽. 2만8천원.
새롭게 다시 보는 나오미 클라인의 신자유주의 비평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