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런던~포르투 항공료 하루 사이 15배 폭등
美 호텔·리조트 객실료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항공·숙박 가격인상 "일시적 단기 현상일 뿐"
고급 숙박시설 선호도↑ "여행경비 늘어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 넘게 중단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항공·숙박비가 '폭등'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비필수 목적 해외여행 금지 조치가 풀리는 영국에선 하루 간격의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무려 15배 넘게 치솟았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호텔·리조트는 국내여행이 살아나면서 3월부터 숙박비가 코로나 이전 75~80%까지 회복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용 가능한 항공편과 귀국 시 격리면제 여행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항공·숙박비 부담은 이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미국 CNBC는 "몇몇 인기 여행지는 수요가 회복돼 호텔·리조트 숙박료가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며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예약을 서두르라"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 여행사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해외 호텔·리조트 선판매 상품과 가격동결 항공권 등에 한층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英·美 여행재개에 항공·숙박료 폭등
가디언은 11일 "비필수 목적의 해외여행 금지 조치가 해제되는 17일을 기점으로 국제선 항공좌석 가격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런던 히드로공항을 출발해 포르투갈 최남단 휴양지 알가르베 파루로 가는 영국항공(British Airways) 항공료는 448파운드로 이전 300파운드보다 1.5배 가까이 비싸졌다.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서 포르투로 가는 라이언항공(Ryan Air)은 232.99파운드로 해제 하루 전인 16일 14.99파운드보다 무려 15배 가까이 폭등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일 해외여행 재개에 앞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률과 백신 접종률에 따라 국가별로 여행 안전등급을 메긴 신호등 체계(traffic light system)를 발표했다. 입국 시 격리가 필요없는 녹색 등급에는 포르투갈과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몰타, 지브롤터, 포클랜드 제도, 페로 제도,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세인트헬레나 아센션 트라스탄드쿠냐 등 12곳이 포함됐다.

항공 운항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특정 지역으로 예약이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지난 7일 지역별 신호등 안전등급 발표 이후 이스라엘행 항공권은 3.5배, 지브롤터는 2.7배 검색량이 늘었다. 몰타는 2.3배,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귀국 시 격리를 면제받는 포르투갈은 여행상품과 항공권 검색이 2.2배 증가했다.

영국 최대 여행사 토마스쿡은 이달 들어 여행상품 예약이 4배 급증했다. 작년 9월 영업재개 이후 9개월 만에 최대다. 데이비드 차일드 토마스쿡 대변인은 "전체 예약의 80%가 4~5성급 고급 호텔이 포함된 고급 패키지로 이전보다 여행객의 씀씀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30일 이상 장기투숙은 늘고 예약 취소는 줄어드는 회복 양상이 두드러졌다. CNBC는 여행 전문 마케팅회사 코디(koddi)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여행제한 해제와 백신접종 확대로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되면서 호텔·리조트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료 인상 사전에 정부 승인 받아야…
국내에서도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영국, 미국 등 해외처럼 항공·숙박비가 폭등하게 될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폭등 수준의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안전이 확보된 여행지와 항공 운항편수가 줄어 가격상승 가능성은 있지만 일시적인 단기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항공사와 호텔·리조트 입장에서 수요가 늘었다고 무작정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견 아웃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오히려 청결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한 고급 호텔·리조트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숙박비 부담이 이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서 여행경비 증가는 항공·숙박시설의 가격인상보다 코로나로 바뀐 소비 트렌드가 주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체 여행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료는 가격폭등 가능성이 더 낮다. 항공사가 맘대로 항공권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국제 항공노선 항공료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선에 따라 신고제와 인가제로 나뉘지만 가장 비싼 항공권이 사전에 승인받은 상한가를 초과할 수 없다는 점은 동일하다. 승인받은 것보다 비싸게 항공권을 팔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나 과징금,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심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 국제항공과 관계자는 "인가제뿐 아니라 신고제에 속하는 국제노선도 항공권 가격을 올리려면 사전에 인상 배경과 이유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입국 시 14일 의무격리 조치가 풀리고 해외여행이 재개돼 국제노선 항공권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제도적으로 항공사들이 한 번에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