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 홍남기·김부겸 및 여야 전·현직 당대표 등 방문
"큰 사랑 가슴 적실 것"…정진석 추기경 빈소 정계 잇달아 조문(종합2보)
27일 선종한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28일 정치권 인사들이 잇달아 조문해 정 추기경을 추모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4시 55분께 조문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에게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자신의 육신과 재산을 모두 주고 가셨다"며 "우리에게 크게 주신 사랑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3시 45분께 빈소를 찾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안타깝게도 가톨릭계에서 가장 큰 거인을 잃었다"며 "가톨릭 신자로서 곁에서 뵈면서 평소 말씀해주신 내용에 대해 같이 해왔다"고 말했다.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홍 총리 대행은 "우리 사회가 정 추기경님의 뜻과 정신대로 사랑과 행복이 가득 찬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며 "저희 같은 정책 당국자는 앞장서서 실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오후 1시께 빈소를 찾아 "국회의원 시절인 2009년 10월 사형제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을 때 격려해주셨다"며 "영화 '집행자' 시사회에 참석해 함께 감상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어른이 남긴 큰 사랑을 어려울 때일수록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의원 및 당직자 8명,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등도 조문했다.

오후 늦게 뮤지컬 배우 바다와 최정원 등 연예인들도 보였다.

윤 비대위원장은 "(생전에)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생명윤리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며 "정 추기경님의 뜻을 잘 이어받아 좋은 정치, 따뜻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 대표 대행은 "영적인 어른이 떠나셔서 황망하다.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남기고 떠나신 추기경님의 마지막 발걸음도 깊은 울림을 주셨다"고 말했고, 이재명 지사는 "추기경님 하면 최루탄이 먼저 생각난다.

엄혹한 시절에 향도(嚮導·길을 인도함)하셨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옛날에 많이 귀여워해 주셨는데 마지막 기억은 6~7년 전이다.

가슴이 아프고 애통하다"고 전했다.

"큰 사랑 가슴 적실 것"…정진석 추기경 빈소 정계 잇달아 조문(종합2보)
앞서 이날 오전 7시부터 일반 시민의 조문이 시작되자 본관 대성전에는 정 추기경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이 삼삼오오 들렀고, 종일 수십 명의 조문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대성전에서는 1시간마다 천주교식 위령 기도인 연도(煉禱)도 낭송됐다.

시민들은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1m 이상 떨어져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대성전 제대 앞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된 정 추기경의 시신 가까이에서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정 추기경은 모관을 쓰고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대성전 안엔 1970년 주교품을 받으며 첫 사목 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란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일부 시민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고, 또 다른 시민은 쉽게 대성전을 나설 수 없는 듯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고 서 있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측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소속 사제 등에게 조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조문객들이 한꺼번에 몰리지는 않았다.

같은 이유로 인해 대성전 부근에는 조화도 없었다.

오후엔 정 추기경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명동성당 내부에 걸렸고, 정 추기경이 생전에 쓴 서적의 판매대도 마련됐다.

"큰 사랑 가슴 적실 것"…정진석 추기경 빈소 정계 잇달아 조문(종합2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성당이 본당인 김영숙(55·안젤라)씨는 "큰 어른이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마지막 모습을 일찍 뵙고자 아침 8시에 도착했다.

추기경님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최철호(81·그레고리오)씨는 "글도 잘 쓰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셔서 존경했던 분"이라며 "우리나라의 큰 별이 지게 돼 손해가 클 것 같다.

좋은 곳에서 잘 쉬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 시절 세운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1기 출신 진영진(56·안젤라)씨는 "인생에서 큰 어려움이 있을 때 제 삶에 큰 변화를 주신 분"이라며 "그저 멍할 뿐인데 추기경님과의 인연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연도 낭송을 위해 줄을 선 한 여성 신자는 "어떻게 심정을 표현할 수 있겠나"라며 먼 곳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미사를 드리기 위해 왔다는 명동성당 뒤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소속 수녀 3명은 "늘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라 먹먹하다"고 말했다.

신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은 장례 나흘째인 30일 정 추기경 시신이 정식 관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유리관에 안치된 시신 가까이서 마지막 인사를 올릴 수 있다.

장례 기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는 고인을 위한 연도와 미사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시간마다 거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