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코로나19 백신여권 도입 계획이 의회와 평의회 동의를 얻으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셍겐비자인포닷컴은 15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의 '디지털 그린 증명서' 도입 계획에 의회와 평의회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중순 27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백신여권 도입을 결정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집행위원회가 비회원국 등 제3국 국민에 대해서도 인증서 발급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1년 가까이 중단된 국제관광이 유럽을 중심으로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원회는 지난 3월 초부터 백신여권을 회원국은 물론 미주와 아시아 등 제3국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과 협의했다.

EU의 디지털 그린 증명서 도입에는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 외에 노르웨이와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 4개국이 참여한다. EU 비회원국이지만 유럽국가 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셍겐(Schengen)조약에 가입된 곳들이다. 회원국 중에선 루마니아와 아일랜드,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가 제외됐다.

의회와 평의회는 증명서 도입에 동의했지만 "여행을 위한 '사실상의(de facto)' 전제 조건이 되서는 결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동권리가 제한되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증명서 발급에 따른 혜택과 활용범위 등도 명확히 명시하라고 권고했다.

디디에 레이더스 EU 집행위원회 사법위원은 "증명서는 알려진 것처럼 여행 목적의 백신여권이 아니다"라며 "백신접종 여부와 음성 진단결과 그리고 바이러스로부터 회복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EU 회원국 국민은 백신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 이슈와 관련해선 유럽 데이터보호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관련 사항을 증명서에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증명서는 EU 데이터보호 규정과 표준에 따라 제한된 정보만 포함하는 데이터 최소화 원칙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회는 아일랜드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증명서 도입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국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제3국 국민에게 발급한 인증서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두아르도 산탄데르 유럽여행위원회 회장은 "마침내 여행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가시적인 해결책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의회는 이달 말 본회의에서 '디지털 그린 증명서' 도입을 정식 채택하고, 6월 말까지 집행위원회, 평의회 등과 함께 세부계획을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U 평의회의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올 여름부터 디지털 그린 증명서와 시스템이 완벽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집행위원회, 의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셍겐비자인포닷컴이 82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5%가 "여행제한이 풀리면 바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또 지금 당장 해외여행을 떠나도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54%, 여행을 위한 백신접종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9%로 각각 나타났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