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 일기'·'같이 산 지 십 년'

여성의 월경이 완전히 멈추는 완경(폐경)의 경험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의 편견을 고발하고, 레즈비언 부부 생활을 하며 사회에서 성 소수자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담은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미국 작가 다시 스타인키는 '완경 일기'(민음사)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0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더해 완경 이후 여성의 삶을 살핀다.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여성의 삶과 조건을 고민하고, 가부장제 사회의 부조리와 폭력을 고발해 온 저자는 56살에 완경을 겪는다.

그는 사회가 완경을 깎아내림으로써 여성들에게 잔혹한 낙인을 찍는다고 주장한다.

책은 "완경기 여성은 사회적 편견이란 감옥에 갇힌 죄수이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구출될 수 없다"며 "딸과 딸의 세대를 위해 완경의 경험을 기록한다"고 말한다.

또 "완경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완경을 가부장제 아래에서 경험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사람들이 소녀에서 여성이 되는 초경과 여성에서 어머니가 되는 임산과 출산 등은 자주 언급하면서 여성이 생식에서 자유로워지는 완경에는 침묵한다고 지적한다.

폐경이란 단어엔 '막히고 닫히고, 끝장났다'는 의미가 있다며 불편함을 내비친다.

책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완경 이후 여성의 삶을 망가지고 실패하고, 복구하거나 정상화해야만 하는 영역으로 여긴다며 이런 생각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또 우스꽝스럽게 부산을 떠는 사람, 극심한 감정 기복에 휩쓸린 사람 등으로 완경기 여성을 바라보는 건 문제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어머니의 인생도 돌아본다.

어린 시절 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어머니의 분노와 자기혐오, 수치심과 후회, 우울과 절망의 실체를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폐경 여성의 하찮은 변덕이나 심술이 아니었다.

한평생 가부장제가 약탈하고 억압해왔던 여성의 목소리이자 절규"라고 말한다.

완경의 경험·동성 부부의 삶 담은 책들 출간
대만 작가 천쉐는 '같이 산 지 십 년'(글항아리)에서 레즈비언 부부 생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은 저자가 틈틈이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잔잔한 일상의 모습과 시간에 따른 변화 등이 담겼다.

저자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요리를 하며, 식물에 물을 주는 등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기록하면서도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동성 커플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관해서도 토로한다.

몸이 안 좋아 병원에서 수술하려는 저자가 간호사로부터 보호자가 반드시 친족 관계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남동생을 불러야 했다는 일화는 성 소수자로서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저자는 유사시 서로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도 없다며 법제화를 통해 어려움이 사라져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책은 천쉐와 부부의 연을 맺은 짜오찬런이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도 소개한다.

짜오찬런의 사촌 오빠를 시작으로 동성애 사실이 알려진 후 세 고모와 시어머니는 천쉐를 환대하고 따뜻한 포옹을 건네며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한다.

저자는 "행정부의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기를 기원한다.

그저 연인들이 가족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글을 맺는다.

대만이 2019년 5월 24일 아시아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한 첫 국가가 되면서 천쉐 부부는 결혼 10년 뒤에 법적 부부가 됐다.

완경의 경험·동성 부부의 삶 담은 책들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