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서당문화진흥회 한재우 훈장 호소…"앎이 삶으로 이어지는 교육 절실"
5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무계원서 '도심 서당' 열어
"무늬만 서당 폭력사태에 피가 거꾸로…전통서당 가치훼손 안돼"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사무총장 한재우(48) 훈장은 최근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서당으로 불리는 시설이 많은 경남 하동군 청학동에서 일어난 '엽기' 사건 때문이다.

지난달 하동군 내 서당(원)을 표방한 시설 2곳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폭행은 물론 가혹행위에 성학대까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으나 전국에서 전통서당을 운영해온 '훈장'들의 마음은 이미 새까맣게 타버렸다.

폭력사태가 난 곳은 서당 명패를 달고는 있으나 외지에서 온 학생들이 인근 학교를 다니며 집처럼 생활하는 기숙형 학원시설에 가까운 곳이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자 화살은 전통서당 전체로 향하며 비난이 쏟아졌다.

해당 시설에는 유학(儒學)을 오래 공부하거나 의관을 갖추고 상투를 튼 훈장이 상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과정도 전통서당이 집중하는 인성·예절교육을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소까지 옮겨 전학하고, 장기 입소해 지내는 학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전통서당과 다른 점이다.

6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한 훈장은 "관련 뉴스를 접한 훈장님들 가운데에는 안타까운 정도가 아니라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시설 타이틀만 서당을 내걸었지 영리를 위해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이 우선이었어야 함에도 영리가 앞섰다.

가치가 전도됐다"고 비판했다.

진흥회에 소속된 전통서당은 전국에 40개 정도다.

인성·예절교육은 물론 경전을 읽거나 한문 서예 등 심도있게 교육을 하는 곳도 있다.

소위 '돈되지 않는 일'이다 보니 전통서당은 대체로 영세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프로그램 운영마저 어려워지면서 전체 전통서당 절반가량이 휴업 상태나 다름없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진흥회는 폭력사태가 난 시설이 소속 전통서당이 아니었음에도 입장문을 내 유감을 표했다.

서당 관련 종사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전통서당 교육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한 훈장은 폭력사태가 학생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그 배경에는 학생 개인보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회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폭력사태가 왜 생긴 지 압니까? 첫째는 해당 시설의 관리 책임자가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 둘째는 지역 행정기관들이 방치한 책임이 크다고 봐요.

"
그는 사태가 터진 뒤로 진상을 조사해 해결책을 내놔야할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도 했다.

문제의 시설은 교육과 숙박이 혼재해 있어 교육청과 군청 모두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도 사건 여파가 커지자 서로가 책임 미루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무늬만 서당 폭력사태에 피가 거꾸로…전통서당 가치훼손 안돼"

한 훈장은 이번 폭력사태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서당 시설에 관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어렵게 지켜온 전통 서당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진흥회는 서당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지만 코로나 속에 어렵게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인다.

산골의 전통서당을 서울 한복판에 옮겨놓은 '도심 서당'이다.

진흥회와 서울시 종로문화재단은 7일부터 내달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무계원에서 전통서당의 문화콘텐츠 체험 프로그램을 연다.

서울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는 프로그램에서는 전통서당의 인성·예절교육은 물론 글소리, 탁본, 차(茶) 문화 체험, '고전 속 지혜찾기'를 주제로 인문학 강좌가 마련된다.

그는 "현대 도시민에게 정서적 안정과 지혜의 쉼터로서 훌륭한 맞춤형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총장에게 전통서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물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전통서당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서당의 근본 가치가 뭔지 아세요? '앎이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우리 교육이라는 게 무엇이냐, 앎을 가르쳐서 삶에서 실천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이게 잘 안되는 것이죠. 이 사회가 가르치는 것과 요구하는 게 다르다 보니 혼란이 생기는 것이에요.

이번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앎이 삶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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