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브라운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번역 출간

학창 시절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웠을 때 태양계 행성의 수는 총 9개였다.

하지만 로웰 천문대 보조원이던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명왕성이 76년 만인 2006년 행성 지위를 잃게 되면서 태양계 행성의 수는 8개로 줄었다.

마이크 브라운(56)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행성천문학 교수는 최근 번역 출간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롤러코스터)에서 태양계 초유의 행성 퇴출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미국에선 2010년 12월 'How I Killed Pluto and Why It Had It Coming'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브라운 교수는 한때 잠깐 10번째 행성 발견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2005년 1월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를 지닌 10번째 행성 후보 에리스(2003 UB313: 일명 제나)를 발견했다.

과학계에서는 1930년 2월 발견된 명왕성 이후 첫 행성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2006년 8월 24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학연맹(IAU) 총회는 고전 행성 범주에서 명왕성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명왕성과 브라운 교수가 발견한 에리스 모두 '왜소행성'으로 좌천됐다.

IAU 총회에서는 기존 9개의 행성 이외에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세레스, 카론과 에리스를 모두 행성으로 인정해 태양계의 행성 수를 12개로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424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다수가 이를 반대하면서 고전 행성의 수를 줄이고 행성의 조건을 강화하는 수정안이 도출됐다.

'한때 잠깐' 10번째 행성 발견자서 '명왕성 킬러' 된 과학자
명왕성의 행성 지위 상실의 후폭풍은 컸다.

일부 학자들은 IAU 결정 번복을 촉구하는 청원서 서명운동을 벌였고, 명왕성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IAU에 협박 전화를 했고, 어린이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저자는 자신 역시 항의와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10번째 행성 발견자라는 영예를 얻을 수도 있었던 그는 "명왕성과 에리스를 행성으로 분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리스를 발견해 명왕성 퇴출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명왕성 킬러'로 불린다.

브라운 교수는 지금도 새로운 천체를 찾기 위해 데이터와 씨름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저자는 팀원들과 끈질기게 우주를 관측하고,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며, 그것을 검증해 발표하는 과정들도 소개한다.

새로 발견한 내용을 누군가 먼저 발표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는 모습도 담겼다.

책은 브라운 교수가 천문학자로서 자신의 삶과 명왕성 행성 지위 박탈 논란을 기록한 결과물이지만 새로운 별을 찾기 위한 끈질긴 관측의 과정, 행성이 무엇인가를 둘러싼 천문학계의 논쟁,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의 열정 등도 엿볼 수 있다.

지웅배 옮김. 420쪽. 2만원.
'한때 잠깐' 10번째 행성 발견자서 '명왕성 킬러' 된 과학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