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비평서 '게으른 정의' 출간
표창원의 여의도 프로파일링…"본업 아닌 일로 바쁜 의원들"
국회의원들이 '열심히'는 하는데 국민이 바라는 국회가 되지 않는 이유, 의원들이 휴일도 없이 매일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데도 '일 안 하고 비싼 혈세만 축낸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대 출신 '1세대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비평서 '게으른 정의'에서 의원들이 본업이 아닌 '다른 일'로 바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정신없이 바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그 중 상당 부분이 상임위나 본회의 참석, 법안 심의 처리 혹은 이를 위한 준비 등의 정규 '의정활동'이 아닌 '다른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다른 일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지역구 활동'으로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유력 단체나 인사들을 만나고, 이들과 식사하며 '긴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등의 활동이라고 한다.

이런 지역 활동을 "국회의원의 업무라기보다 지역 내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이고 지지자를 유지하거나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사전 선거 운동'이라고 봐야 할 일들"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국회에서의 의정활동 대신에 다분히 '사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한' 활동에 시간과 역량을 투입해서 형성한 '지역 유력인사 권력 카르텔'은 채용, 승진 등 인사 혹은 개발이나 인허가 계약 등과 관련된 민원 청탁,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이 이뤄지게 되는 음습한 토양이 되기도 한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대부분의 일반 유권자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런 '지역 활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한다.

지역 활동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의원들의 일로는 '정당의 일, 당무'를 꼽는다.

국회의원의 '수당'은 국회에서 국비로 지급되는데 많은 의원이 국회 회의보다 소속 정당의 회의나 업무, 행사, 활동을 더 중시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당에 충성하고 당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은 보수 정당이나 진보 정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일상적으로 나타난다며 "선당후국의 이상한 한국정치"라고 비판한다.

책은 국회의 '갑질'도 고발한다.

"의원실로 장·차관이나 국장, 혹은 실무공무원들을 호출하거나 전화를 걸어 호통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 등 국민이 볼 수 없는 곳에서의 '갑질'은 더욱 잦고 심하다"고 전한다.

저자는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는 동일 집단 대다수가 모여 똑같은 권력다툼, 이권투쟁만 반복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 타개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청년 정치 정상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성 정치권력이 청년들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개인을 골라서 특혜성 자리를 마련해주는 지금의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의 '식민지'"라며 '스타성 차출'과 '반짝 이용'이 아닌 '육성형 청년 정치'의 시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1대 국회 불출마를 선언했던 저자는 서문에서 정치를 떠난 이유로 '자괴감'을 들었다.

"내가 속한 당이 여당이 되면서 바로 직전 야당 시절 내가 직접 비판하고 공격하던 것과 유사한 상황에서 이제까지와는 정반대의 역할을 해야 하는 자괴감만큼은 견디기 어려웠다.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세금, 자녀 교육, 병역 등의 문제가 심각한 후보자를 옹호하고 공직의 사유화, 불공정, 권력형 범죄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으로부터 정부와 고위공직자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은 고통이었다"고 고백한다.

한겨레출판. 284쪽. 1만6천원.
표창원의 여의도 프로파일링…"본업 아닌 일로 바쁜 의원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