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노회찬은 진보정치를 대중화한 대표적 정치가로 기억되고 있다.

고인은 노동운동가, 정치가 이전에 빼어난 문화인이었다.

정치가가 되지 않았으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요리사와 작곡가를 꼽으며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어서"라고 답한 사람이었다.

한겨레 기획위원 당시 와이드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고(故) 노회찬 의원과 인연을 맺은 이인우 작가가 펴낸 '음식천국 노회찬'(일빛 펴냄)은 고인의 옛 동지들과 오랜 벗들이 생전에 그가 즐겨 갔던 식당과 주점에 다시 모여 그가 걸어갔던 삶과 꿈꿨던 비전을 회고하며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전 즐겨 찾은 맛집순례로 추억하기…'음식천국 노회찬' 출간
책 속에는 1980년대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비밀조직원에서부터 현재 진보정당 당원 등 100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과 27곳의 식당, 주점이 등장한다.

노회찬재단 소식지에 연재된 이야기들을 모은 이 책에는 '생산부장과 지하그룹 투사들 - 한식주점 연남동 이파리에서', '노회찬과 이낙연의 인생의 맛 - 여의도 남도한정식 고흥맛집에서' 등과 같이 인물은 인물대로, 맛집은 맛집대로 각자가 경험하고, 알고 있고, 품고 있는 노회찬이라는 사람에 대한 추억을 들려준다.

노회찬은 여러 음식 중에서도 특히 냉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책에 처음 나오는 식당도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평양냉면집 을밀대다.

고인은 1990년대 초에 창간한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으로 일하던 무렵을 전후해 을밀대를 드나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는 을밀대에서 고인의 고교 동창인 장석 노회찬재단 이사와 만나 회고한다.

장 이사는 그가 예술을 사랑하고 맛과 멋을 존중할 줄 알기에 진정한 민중의 정치인 자격이 있다고 강조한다.

"회찬이는 젊은 시절부터 쪽잠을 자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에 누구보다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음식이야말로 한 나라, 한 민족이 갖는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걸 잘 알았습니다.

고전음악에서 감자탕까지, 혁명의 전선에서 의회 민주주의 전당까지 그의 세계가 넓게 펼쳐질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요"라는 오랜 친구의 말에서 우리 사회의 약자를 대변했던 고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원고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노회찬에 대해 내린 결론은 '씨 뿌리는 사람'이었다며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죽음을 폄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노회찬의 진실이 열리는 데 이 책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생전 즐겨 찾은 맛집순례로 추억하기…'음식천국 노회찬'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