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받은 소설은 독자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 출판계에 있다.

지난해 나오키상 수상작 '소년과 개'도 그럴 것 같다.

개와 사람 간 우정이라는 흔하면서도 진부하기 쉬운 소재를 식상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뤄낸 솜씨가 인상적이다.

특히 개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여느 작품들처럼 개를 의인화하지 않는 점이 소설의 리얼리티와 감동을 더욱 끌어올린다.

"개는 신이 인간에 준 선물"…나오키상 수상작 '소년과 개'
소설은 개 '다몬'을 주인공으로 한 6편의 이야기가 연작처럼 이어진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인을 잃은 다몬이 일본 전역을 떠돌며 여러 가지 상실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 때문에 큰돈을 벌려고 절도범 차를 모는 일을 맡게 된 남자, 쓰레기 더미에서 나고 자라 도둑이 된 남자, 남편에 실망한 여자, 자신을 타락시킨 남자 친구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매춘부, 아내를 암으로 잃고 자신도 암에 걸려 죽어가는 늙은 사냥꾼 그리고 긴 여행 끝에 재회한 옛 친구 소년 등 다몬이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은 모두 뭔가 모자라거나 상처받은 인물들이다.

특히 5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 히카루와 다몬은 동일본대지진으로 크고 소중한 것을 상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재난은 다몬에게서 주인을, 히카루로부터는 말과 웃음을 각각 앗아갔다.

다몬은 비록 말은 못 하지만 이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이들은 다몬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과 온기를 느끼고 용기를 얻는다.

특히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인간을 어리석은 존재로 규정하고, 이런 불완전한 종(種)을 이해하고 보살피고자 신이 보낸 선물이 바로 개라고 말한다.

소설 속 소년 히카루도 다시 만난 어릴 적 '영혼의 단짝' 다몬으로부터 실제로 엄청난 선물을 받게 된다.

일본에서만 26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로, 하세 세이슈에게 첫 번째 나오키상을 안겼다.

창심소 출판사에서 손예리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하세는 대학 졸업 후 편집자 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다가 1996년 '불야성'으로 데뷔해 제1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제15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을 받았다.

불야성의 후속인 '진혼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을 수상했고, '표류가'로 제1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