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는 나름 좋은 직장에서 20여 년간 열심히 일했지만 가진 것이라곤 변두리의 아파트 한 채가 유일했다. 우연히 들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초역세권에 재개발이 가능한 구옥을 찾았다. 마음에 쏙 들어 계약까지 했지만 충분한 자금이 없다 보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결국 최대한 융자를 활용하기 위해 금융전문가를 만났다. 상담 결과 2금융권의 ‘신축자금 대출’로 해야 간신히 자금을 채울 수 있었다. S씨는 여유자금이 없어 불안했지만, 마침내 30% 정도의 자기자본과 70%의 건축자금 대출을 받아 건축을 진행했다.

하지만 건축 진행 중 한 가지씩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지구단위계획’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건축사의 실수로 건축 허가가 2개월이나 지연됐다. 나중에 알았지만 지역 조례가 변경되면서 갑자기 예정에 없던 건축심의(구조 굴토 심의)를 받게 됐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달 지급해야 하는 은행 이자가 늘어났다. 건축자금 대출은 이자가 시중금리보다 1~2% 정도 높은 편이다. 피 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철거 후 터파기 과정에서 생겼다. 지층에서 물과 진흙층이 계속 나오면서 흙막이 공사부터 차질이 생겼다. 예상보다 두 배나 되는 토목공사비 청구서와 한 달의 공기 지연으로 또다시 이자 부담이 쌓여 갔다.

세 번째는 시공사와의 전쟁이었다. 마음에 안 들게 시공된 부분에 대해 수정이나 보수 공사를 요구하면, 시공사 측이 시간과 비용을 부풀리면서 원천봉쇄하기 일쑤였다. 경미한 공사라도 그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공사를 일시 정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줄어드는 비용은 없이 수많은 공정에서 이것저것 늘어나기만 했다. 이럴 거면 견적서에 내역은 왜 표기한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가끔 건축주의 의지로 뭔가 바꾸게 되면 꼭 ‘공사변경 확인서’를 받아 가는데, 이런 문서는 가급적 함부로 써줘선 안 된다.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매우 불리한 증거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부실한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들에 결제를 제대로 못 할 경우 생긴다. 공사비를 받지 못한 하도급사가 공사를 미루면 몇 주, 몇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이렇게 예상했던 공사 기간이 몇 개월씩 지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유일한 대안은 시공사와 계약한 뒤에는 더 이상 ‘갑’이 아니라 ‘을’이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시공사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며, 그들의 약점이 될 만한 하자 및 오류들을 사진이나 문서로 증거를 수집하면서 공사를 완료하는 것이다. 그 증거를 토대로 공사비 정산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관행처럼 굳어진 중소 건축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일들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예비 건축주들은 경각심을 갖고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송찬호 <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