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갇혔던 극장가 '구원의 빛'…흥행감독들 '대작 영화' 쏟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지난 한 해를 보냈던 영화계가 새해에는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주요 배급사는 윤제균, 김한민, 최동훈, 류승완 등 흥행 감독들의 대형 신작과 함께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개봉을 연기했던 대작들을 잇달아 내놓을 태세다. 순제작비 100억원, 배급 및 마케팅 비용을 합친 총제작비 130억원 이상의 기대작도 여럿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백신과 치료제가 순조롭게 보급된다면 극장가도 회복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총제작비 3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작 ‘한산: 용의 출현’이 최고 기대작이다. 한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인 1761만 명의 ‘명량’(2014)을 제작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9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한산’은 임진왜란 개전 후 왜군과의 첫 번째 전면전을 거북선을 앞세워 그려낸다. 박해일이 이순신 역을 맡았다. 제3편 ‘노량’은 올 상반기 촬영에 들어가 내년에 개봉할 계획이다. 김윤석이 이순신 역을 맡게 된다. ‘명량’의 투자배급사는 CJ ENM이었으나 ‘한산’은 롯데컬처웍스, ‘노량’은 에이스메이커가 맡았다.

롯데컬처웍스는 ‘해적’ 속편과 ‘모가디슈’도 개봉한다. 관객 866만 명을 모았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편인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은 고려의 마지막 보물을 찾는 코믹 어드벤처물이다. 한효주, 강하늘, 권상우, 이광수 등이 ‘한국형 캐리비안 해적’을 보여줄 전망이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40억원 규모의 ‘모가디슈’는 지난해 개봉하려다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로 연기된 작품이다. 1990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의 목숨을 건 탈출기다. 조인성, 김윤석, 허준호 등이 스크린을 메운다.

CJ ENM은 올해 SF, 액션, 형사물, 뮤지컬 영화 등 5~6편의 대작을 선보인다. 흥행작 ‘도둑들’과 ‘암살’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SF ‘외계인’을 연말께 개봉한다. 두 편으로 제작하는 이 작품은 고려 말 도사들과 현대 외계인이 벌이는 이야기다.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등이 출연한다. 이용주 감독의 SF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을 극비리에 이동하는 임무를 맡은 정보국 요원의 이야기.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한다.

김태곤 감독의 액션물 ‘사일런스’는 짙은 안갯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그린다. 이선균과 주지훈 등이 출연한다. ‘유령’(감독 이해영)은 일제시대 항일 조직의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아 외딴 호텔에 갇힌 다섯 용의자가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액션물이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변사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박해일)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칸 등 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거론된다.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된 이 작품은 160억원을 투입해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담았다. 뮤지컬 배우 정성화를 앞세워 현장 라이브 녹음으로 촬영했고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이 출연한다.

쇼박스는 ‘비상선언’ ‘야차’ ‘싱크홀’ 등을 공개한다. 한국 최초의 리얼리티 항공 재난물을 표방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지난해10월 촬영을 마무리하고 관객을 만날 채비에 분주하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화려한 캐스팅이 주목된다. ‘야차’는 중국 선양을 무대로 스파이들이 펼치는 첩보액션물. ‘야차’로 불리는 인물과 그곳으로 특별 감찰을 나선 검사가 만나며 사건이 전개된다. 설경구와 박해수가 출연한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집이 1분 만에 싱크홀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재난영화.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등이 나선다.

에이스메이커는 ‘원더랜드’와 ‘승부’를 내놓는다.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는 세상을 떠난 연인과 영상통화로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박보검과 수지가 캐스팅됐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조훈현과 이창호로 분해 바둑세상을 펼쳐내는 ‘승부’도 볼거리다. 스승과 제자이자 희대의 라이벌 관계를 담아낼 예정이다.

NEW는 2018년 개봉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미스터리 ‘마녀’의 속편 ‘마녀2’(감독 박훈정)를 개봉한다. 본편의 김다미와 함께 신시아라는 신인을 파격 기용한 만큼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교섭’을 내놓는다. 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외교관과 국가정보원 요원의 이야기다. 황정민과 현빈이 나선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