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심을 수 있는 마당 - 안태운(1986~)
무엇을 심어도 되겠지/심을 수 있는 마당/새로운 날씨가 된다면/새로운 곤충이 온다면/심을 수 있는 마당/돋아나는 나물을 심고/그 나물 속으로/내 발자국과 현기증이 들어간다/심을 수 있는 마당/내 방을 심고/우주본도 심었다 파헤쳤다/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계속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집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中

마당을 가진다면 무엇을 심을 수 있을까요. 향기 나는 꽃이나 맛있는 나물을 심을 수도 있고 마당 위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불러올 수도 있겠지요. 사람이나 영혼을 심는다면 그건 무서운 일이겠고요. 정자를 운치 있고 아름답게 꾸며둔다면 마당을 감상하기에 좋겠지만, 파헤친 마당을 계속 내려다보면 우리가 알고 싶지 않았던 깊숙한 기억 저편의 마음들이 하나씩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주민현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