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가 4인의 성찰과 고백 <비로소 마주하다, 나>
예술가들은 어떤 계기로 자신의 길로 들어섰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갈까? 보통 사람들은 소위 전업 작가들의 삶엔 남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로소 마주하다, 나>는 예술 사진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4인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성찰과 고백을 담은 책이다.

작가 정연 씨가 사진예술가 김동우, 남준, 정혜원, 하춘근 등이 자기 자신, 타인과의 관계, 일상의 삶, 미래 등에 대해 털어 놓은 이야기를 엮었다. 네 명의 작가들이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소소한 갈등과 고민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풀어 놓은 담담하고 솔직한 이야기는 예술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더라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하다.

이 책은 「'나'란 녀석」,「나의 '관계'」,「나의 '일상'」, 나의 '미래'」 등 네 파트로 구성됐다. 각 파트의 제목이 암시하듯, 네 명의 작가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 자신의 삶,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준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정처 없이 떠도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힘들수록 그곳의 일상은 내게 평안을 주었다"며 하던 일을 접고 불안한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던 그 시절, 예술을 작업을 통해 얻었던 위안을 떠올린다.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사진 작업을 이어온 정혜원은 "내가 만난 그곳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여유있어 보였고 타인에게 친절하면서도 자유로워 보였다...희생을 종용당하지 않고 이해되는 관계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며 아프리카인들로부터 배운 서로 속박하지 않는 자유로운 관계에 대해 말한다.

40대에 사진을 시작해 인문학적, 역사적 담론을 사진을 이용해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며, 사진전문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하춘근은 이른바 비주류로 출발했다. 그는 수많은 고정관념과 기성세대가 쳐 놓은 벽을 넘으며 겪었던 고민과 갈등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김동우는 "그간 내가 해보지 않은 일들에 도전해서 잠재되어 있던 내 재능을 발굴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색다른 행복을 누릴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자.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다채로운 기회들을 통해 배우고 시도하고 나 스스로 피드백하는 삶은 늘 청춘의 감성과 정신을 유지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간에 그들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작가들의 고백을 듣고 보는 작품들은 사뭇 친숙하게 다가온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