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 실상 파헤친 김광기 교수의 '아메리칸 엔드 게임'

"미국의 자본주의는 고삐 풀린 망아지다.

모두를 이롭게 하는 자본주의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다.

"
책의 앞부분부터 저자의 비판은 통렬하다.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극소수 자본가와 그에 영합한 정치인들을 타격한다.

그와 동시에 약탈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웅크리고 있는 다수의 빈민층에게 위로와 각성의 힘을 실어준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자본주의는 극소수의 부자들만 더욱 살찌게 만들고 나머지 사람들은 갈수록 야위게 한다.

편애 자본주의는 재앙이다.

그것을 해결해야 할 것은 양심, 양식, 그리고 이것에 기반한 적절한 제도적 규제이다.

"
저자는 탐욕과 약탈의 자본주의를 국가가 제도로 적절히 규제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국가 권력을 잡은 위정자들이 자본 권력과 영합해, 아니 그 하수인으로 전락해 고삐를 더 풀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파국 직전이라고 질타한다.

코로나19로 세계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최강국 미국에 온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3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의 향방이 미국 사회는 물론 지구촌 전체에 미칠 영향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냐, 아니면 조 바이든이냐를 넘어 미국 사회의 현주소를 속 깊이 통찰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미국 사회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낸 퍼펙트 스톰(초강력 태풍)이었다.

강력한 태풍이 불면 모든 게 날아가고 감춰졌던 흉물이 드러나듯, 코로나19는 미국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극심한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극심한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김광기 경북대 사범대 교수는 신간 '아메리칸 엔드 게임'을 통해 코로나19라는 퍼펙트 스톰으로 드러난 미국의 충격적 실상을 파헤친다.

미국이 이제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가 아니라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악몽)'의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는 거다.

제목이 시사하듯 '막장 사회'가 돼버린 미국에 대한 매서운 질타라고 하겠다.

코로나19는 엉망진창인 미국 의료 시스템과 인식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마스크 등의 보호 장구 없이 무방비로 코로나 환자를 받는 의료진과 밀려드는 환자들로 병원은 아비규환이 돼버렸다.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시신들이 냉동 트레일러에 산처럼 쌓여 간다.

저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하게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미국 경제의 민낯도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한다.

저금리 기조 속에 돈을 마구 풀어 주식과 부동산의 활황을 이끈 왜곡된 파행 경제 속에서 중산층은 처절하게 몰락했음이 폭로됐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서민들이 이렇게 야위어가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극소수 부자들과 사모펀드가 오불관언이라는 듯 자신들의 탐욕을 실컷 채우며 배를 잔뜩 불리고 있다.

김 교수는 이들 극소수 부자를 '제국들'이라 일컫는다.

현대의 제국은 단지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이른바 '제국질'로 자신의 탐욕을 극대화하는 '제국적 엘리트'라는 얘기다.

이들은 로비의 왕국인 미국에서 정치권과 결탁해 재난지원금마저 편취하고 있으며, 쏟아져 나오는 집들을 헐값으로 사들여서 서민들에게 높은 임대료 폭탄을 퍼붓는다.

이는 부동산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빈부격차가 날로 커져가는 한국 사회의 최근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리라 여겼던 대학입시의 부정과 왜곡 또한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철벽이 돼버렸다.

정시에다 수시를 새로 도입하고 정량 평가에다 정성 평가를 추가로 실시해 돈 많고 권세 있는 부모를 둔 자식들이 과거보다 수월하게 소위 명문 대학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있는 자들에게만 대학입시의 불투명성이 투명성으로 바뀌며 기울어진 운동장의 학벌사회가 돼버렸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극심한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이에 못잖은 문제는 정치권의 민낯이란다.

기성 정치인들은 극소수의 부자들, 제국적 엘리트들과 야합해 그들이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정작 저변에 내몰린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무능하고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미국 아이들은 150만 명으로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는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삶은 이미 마른 수건에서 물기를 짜낼 대로 짜낸 것처럼 거덜이 나 있다.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극소수 부자들은 대다수 국민들에게서 그들에게 남은 단 한 점의 물기마저 탈취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여봐란듯이 돈 자랑하며 모든 시장의 버블을 키우고 있다.

"
그러면서 저자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현재의 기류와 상황이 바뀔 수 있겠느냐고 미심쩍은 듯 묻는다.

백인들의 희망이자 자랑인 트럼프가 당선되면 물론 그렇겠지만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등과 같은 블록(델라웨어주 윌밍턴시)에 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있는 바이든이 돼도 획기적 변혁은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가 바이든에게 밀려난 배경엔 월가와 실리콘밸리라는 거대자본이 있었다.

'억만장자가 존재해선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던 샌더스는 거대자본가는 물론 진보 언론에조차 미운털이 박혀 중도 하차해야 했다는 것. 다음의 언급이 씁쓸한 시대상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초기의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였다.

미국의 국부들은 유럽의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에 염증을 내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평등의 세상을 '신대륙'에 건설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을 존경한다는 이들에 의해 지금 미국은 가장 불평등하고 가장 신분제적인 사회가 돼버렸다.

그것을 국부들의 원래 이상대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이 바로 샌더스였다.

그리고 샌더스는 그들에 의해 사장되었다.

결국 그들의 바람대로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트럼프가 상대 당의 후보로 이번 대선에서 맞붙게 됐다.

모든 게 극소수 부호들의 뜻대로다.

"
현암사. 368쪽. 1만8천원.
극심한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