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덕의 '큰 나무', 강원도 나무에 숨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다
강원도 양구에 가면 화가 박수근이 사랑한 나무가 있다. 줄기가 곧게 올라가다 중간부터 살짝 비뚤어졌고, 거기에서 뻗어난 가지들의 모양새가 기하학적인 느릅나무다. 양구가 고향인 박 화백은 동네에 있는 수령 240년 정도의 이 나무의 형태를 조금씩 변형해 여러 작품에 등장시켰다. 현역 사진기자이자 저술가인 김남덕 씨가 최근 출간한 책 '큰 나무'에는 양구의 '박수근 나무'를 비롯해 남한 강원도 18개, 북한 강원도2개 등 20개 시군의 65개 나무 이야기와 사진이 담겨있다.

김 씨의 '큰 나무'는 단순히 식물의 하나인 나무에 대한 보고서가 아니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나무, 사람의 꿈에 찾아온 나무, 조선 왕 단종의 아픔을 함께 나눈 나무, 하늘의 별자리를 품은 나무 등 강원인의 삶과 역사를 묵묵히 지켜봐 온 나무들의 이야기다. ‘강원인의 삶과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을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은 나무를 통해 깊은 인연을 맺고 살아온 강원도 사람들의 생활상과 역사의 단면들이 들어있다.

저자가 지난 15년 동안 강원도 곳곳을 다니며 꼼꼼한 취재를 통해 쌓아 올린 이번 나무 이야기는 담백하고 세련된 문장, 하나의 대상을 여러 계절에 걸쳐 촬영한 사진들을 통해 독자의 눈길을 금세 사로잡는다.

김 씨는 “강원도는 잘 보존된 자연이 큰 자산이고, 그중에서도 강원도를 대표하는 나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다. 영동 영서를 잇고, 남북 강원도를 잇는 존재로 오래도록 우리 땅에 살아온 생명체”라고 말했다.

김남덕씨는 현재 강원일보 사진부장으로 강원도의 건축물, 생태 등에 대한 저서를 여러 차례 출간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