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창간·유신독재 항거…순교자현양·교리강좌 매진도
함세웅 신부, 추모 서예작품 50여점 실려
'참스승' 윤형중 신부를 기억한다…추모집 '암흑 속의 횃불'
경향신문 창간 주역이자 유신독재 때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앞장선 고(故) 윤형중(1903∼1979) 신부 추모집이 최근 발간됐다.

함세웅 신부가 원장으로 있는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공동으로 펴낸 그의 추모집 이름은 '암흑 속의 횃불'이다.

1974년 지학순 주교가 구속되면서 당시 박정희 정권을 향한 비난은 거세졌고, 그 대열 맨 앞에 서 있던 이들은 젊은 사제단이었다.

동아일보가 광고 탄압을 당하자 사제단은 백지상태로 비게 된 광고란을 채워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사제단은 지 주교 구속 이후 발표한 성명과 문건을 정리해 1975년 1월 4일자 동아일보 8면을 채우는데, 이 광고의 제목이 바로 '암흑 속의 횃불'이다.

암흑 속의 횃불은 칠흑같이 어두웠던 유신독재 당시 윤 신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1974년 11월 사회 각계 인사들은 독재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회복 국민회의'를 결성하는데, 이 단체 상임대표를 윤 신부가 맡게 된 것이다.

당시 국민회의 대변인은 젊은 함세웅 신부가 맡았다.

'참스승' 윤형중 신부를 기억한다…추모집 '암흑 속의 횃불'
폐병을 앓았던 윤 신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3개월 만에 대표직을 물러나지만, 노년의 마지막을 유신 반대의 한복판에서 보낸 셈이다.

윤 신부는 생전 집필활동, 순교자 현양, 교리강좌에도 매진했다.

1946년 경향신문 창간을 주도했고, 부사장을 지냈다.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정신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는 1946년 순교자현양회를 발족해 여러 활동을 펴기도 했다.

추모집은 윤 신부의 사진과 친필 교리와 서한 등 유품을 담았다.

참스승으로 그를 기억하는 함 신부와 양승교 서울대 명예교수,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오민환 연구실장 등의 글을 통해 고인이 발자취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오 실장은 짧은 평전을 통해 고인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전 재산에 가까운 100만원을 국제사면위원회에 내놓았고, 한국 최초의 안구 기증자였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고맙습니다"였다고 기억했다.

추모집의 절반은 고인을 추모하는 함 신부의 서예 작품으로 채워졌다.

'정의', '은총' ,'완덕' 등 소주제로 묶인 작품 50여편을 감상할 수 있다.

함 신부의 서예 작품은 전시회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참스승 윤형중 신부 추모' 서예전은 10월 28일부터 11월 3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에서 '암흑 속의 횃불'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