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내지 않는 순정하고 고요한 세계를 그리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수림문학상 제8회 당선작으로 김범정(29)의 장편소설 '버드캐칭'이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10일 "예심에서 후보작 6편을 추려 최종 심사에서 서사, 동기, 구성 등을 기준으로 집중적인 논의를 거친 끝에 '버드캐칭'을 뽑았다"고 발표했다.

상금은 국내 순수문학상 중 최고 수준에 속하는 5천만원이다.

김범정은 지난 2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아직 취업 경험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다.

2년 전부터 틈틈이 습작을 해왔고 이 작품이 처음 쓴 장편이다.

'버드캐칭'은 요즘 흔치 않은 순정한 로맨스를 그려낸 소설이다.

다만 동성애 코드를 곳곳에서 활용해 로맨스의 지평을 넓히고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남자 주인공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연인이었던 여성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로 상실감에 빠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심리적 변화를 세밀한 시선으로 따라간 작품이다.

올해 수림문학상에 김범정 '버드캐칭'
심사위원단은 '버드캐칭'을 선정한 이유로 "순정하고 상처 내지 않는 고요한 세계에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문장은 단순히 서사를 실어 나르는 도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기품 있고 우아했으며 서사를 만드느라 쫓기는 대신 소설 안에서 사유할 여백을 만들어주었다"면서 "다소 감상적이고 반복적인 감정 패턴을 반복해서 서술하는 점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상대를 헐뜯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서사 안에서 오랜만에 평온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 "결별하고 상처받았으나 누구도 잘못되거나 낙오되지 않고 부서진 삶을 추스르고 이어가는 이 작고 고요한 세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지키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열망과 상실을 보여주는 문장과 사유가 적절하고 명징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으로는 소설가 윤후명(위원장), 성석제, 강영숙과 문학평론가 정홍수, 신수정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초에 열리고 당선작을 단행본으로도 출간한다.

올해 예심에는 230편이 응모해 역대 최대 경쟁률을 보였다.

수림문학상은 소설 문학을 이끌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고자 2013년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했다.

신인과 등단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기성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만 대상으로 한다.

역대 수상작은 제1회 최홍훈 '훌리건K', 2회 장강명 '열광금지 에바로드', 4회 김혜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5회 이진 '기타 부기 셔플', 6회 김의경의 '콜센터', 7회 최영 '로메리고 주식회사'이다.

2015년(3회)에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올해 수림문학상에 김범정 '버드캐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