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콘텐츠 PICK] 공간의 가치 재해석한 '나의 판타집'
지난 18, 25일 SBS에서 방영된 예능 '나의 판타집'이 큰 화제가 됐다.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집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나의 판타집'은 첫회에서 최고 시청률 6%까지 기록했다. 전체 시청률에서도 25일 3.8%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MBC 예능 '공부가 머니'를 앞질렀다. 이로써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의 판타집'에선 연예인들이 각자 머릿 속으로만 꿈꿔 온 상상 속 집과 유사한 집을 찾아 직접 살아본다. '집방'의 대표주자인 MBC의 '구해줘 홈즈'가 시청자가 실제 거주할 집을 구해주는 것과 다르다.

최근 '집방'의 인기는 집에 대한 대중의 욕망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이 욕망은 단순히 비싼 집에 살아보고 싶다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갖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가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 욕망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이를 충족하며 살긴 어렵다.

'나의 판타집'은 판타지가 되어 버린 욕망을 일시적으로 해소시켜 준다. 각자의 꿈이 다른만큼 볼 수 있는 집의 형태도 다양했다. 개그맨 이승윤은 190평에 수영장까지 있는 럭셔리 하우스(사진)에서 살아 보았다. 가수 양동근은 집 밖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푸르른 잔디가 깔려 있고, 집 안엔 미끄럼틀과 그물침대가 있는 테마파크 하우스에서 지냈다. 아내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즐겁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구조도 갖추고 있었다. 가수 허영지는 밖이 훤히 잘 보이는 유리 온실집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아파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실현시켜줄 공간이 무엇인지 각자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의 판타집'은 로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도 잘 그려냈다. 이승윤은 화려하고 거대한 집에서 약간의 불편함도 느꼈다.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한번 이동할 때도 한참을 가야 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땐 좋았지만, 직접 수영장을 청소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상상의 공간을 현실로 만들어 주면서도, 지금 내가 현실에서 살고 있는 공간을 자신만의 행복 공간으로 재인식하게 해주는 효과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