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 블라인드 사이드 = 마이클 루이스 지음, 박중서 옮김.
길거리를 떠돌던 처지에서 미식축구 슈퍼스타가 된 흑인 청년과 그를 입양해 헌신적이면서도 엄격하게 키워낸 백인 부부의 이야기다.

2009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마이클 오어는 위탁 가정을 전전했지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해 어디론가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언젠가 '제2의 마이클 조던'이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다 친구 아버지의 도움으로 백인 중심의 크리스천 스쿨에 들어가고 이곳에서 숀과 리 앤 투이 부부를 만나게 된다.

부부는 이 거구의 이방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른 이들이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후 온갖 우여곡절이 벌어지지만, 빈민가 출신의 흑인 청년은 타고난 체격과 운동신경을 살려 미식축구 스타로 성장하고 마침내 슈퍼볼 우승의 주역이 된다.

한 소년의 성장기로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만, 미식축구의 전략 변화도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현대 미식축구에서는 경기를 주도하는 포지션인 쿼터백을 상대 팀이 거칠게 공략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그를 보호하는 포지션의 몸값이 급상승했다.

커다란 덩치, 민첩한 발놀림, 뛰어난 보호 본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오어가 여러 팀의 뜨거운 구애를 받게 된 이유다.

책 제목 '블라인드 사이드(Blind Side)'는 쿼터백의 사각지대를 의미한다.

북트리거. 448쪽. 1만8천500원.
[신간] 블라인드 사이드·초역 다빈치 노트
▲ 초역 다빈치 노트 = 사쿠라가와 다빈치 지음, 김윤경 옮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23살부터 죽기 전까지 40여년 동안 쓴 8천여쪽 분량의 '다빈치 노트'를 면밀히 분석해 그가 '시대의 천재'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을 알아본다.

'다재다능한 천재'라는 이미지가 강한 다빈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초인적인 존재로 생각하기 쉽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또한 실패와 좌절을 겪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일생을 보낸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고등교육을 받지 못해 당시 지식인의 기본 소양이었던 라틴어를 읽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그의 업적 또한 평가절하되곤 했다.

동성애 혐의로 체포돼 수난을 겪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재능을 질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모든 악조건을 딛고 역사에 다재다능의 대명사로 이름을 남기게 된 비결은 '광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메모 습관이라고 저자는 본다.

다빈치는 일상, 아이디어, 스케치, 우화, 해부 등 용도별로 구분해 40여년 동안 일상의 모든 것을 글로 적어 남겼다.

방대한 다빈치의 친필 노트를 분석한 저자는 자신을 존중하는 힘, 몰입하는 힘, 통찰하는 힘, 창조하는 힘, 인간관계의 힘, 실천하는 힘, 행복을 불러오는 힘 등을 '다빈치의 지식 생각 도구 7가지'로 정리한다.

또 그의 노트 가운데 71개 글귀를 선별해 소개하면서 이로부터 현대인이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시사점을 제시한다.

한국경제신문. 264쪽. 1만6천원.
[신간] 블라인드 사이드·초역 다빈치 노트
▲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 데이비드 립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미국을 뒤흔든 천재 작가'로 소개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1962~2008)의 인터뷰 모음이다.

잡지 '롤링 스톤' 기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월리스의 북 투어 마지막 5일을 동행하며 그의 인생과 예술에 관해 묻고 답한 내용과 둘이 일정을 함께 하며 겪은 일들을 담았다.

월리스는 대학 졸업 작품으로 쓴 장편소설 '시스템의 빗자루'로 데뷔했고 24살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34살에 발표한 '무한한 재미'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하는 등 '천재 작가'로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갔다.

그러나 그는 10대 때부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20살 무렵부터 항우울제를 복용했으며 결국 46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TV가 시청자들을 멍청하게 만든다"면서도 밤새 TV를 보고 저혈당증 때문에 두통과 속 쓰림에 시달리면서도 사탕과 콜라를 달고 사는 월리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월리스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모순투성이인 인생을 맞닥뜨리며 살았지만, 거기엔 늘 삶에 대한 낙관과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엑스북스. 528쪽. 2만1천원.
[신간] 블라인드 사이드·초역 다빈치 노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