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사협회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긴급 정부대응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사협회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긴급 정부대응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계 집단휴진과 관련 수도권 지역에 근무 중인 전공의·전임의들을 대상으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26일 명령했다.

재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치자, 더 이상의 '진료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뜻에서 내려진 조처로 해석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전 8시 기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와 의료계는 의료계의 집단 휴진을 둘러싸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화에 나선 데 이어 복지부 장관과 의협 회장 간 협의을 통해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마련하기도 했다.

다만 의협은 이 합의안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리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고, 이 안건이 부결되면서 합의가 결렬됐다.

합의 결렬에 따라 정부는 우선 코로나19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에 소속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전임의들을 대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의협과 대전협이 집단휴진을 진행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무 개시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의료인 결격 사유까지 포함하면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박 장관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진료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사진=연합뉴스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이같은 강수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나 집단휴진으로 진료 인력이 부족해 중증환자 치료를 담당할 대학병원의 진료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병원에서는 검진과 수술이 연기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조차 진료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 조사를 통해 근무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이후 수도권 수련병원의 수술·분만·투석실을 시작으로 수도권의 응급·중환자실, 비수도권의 수술·분만·투석실 등 필수 진료 부문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개별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의대생들의 국가시험에 대해선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취소 의사를 다시 물은 뒤 응시 취소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집단 휴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대비한 비상진료 체계 마련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고 대체 순번을 지정하는 방안 등을 각 의료기관에 요청했으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박 장관은 "의료계와 정부가 합심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의료계 내에서도 뜻을 모아달라"며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에 힘을 소진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는 위기상황이다. 그 이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