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정한 날을 24절기라고 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여름 더위의 시작인 소서(小暑),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 큰 눈이 온다는 대설(大雪) 등 계절의 구분을 위해 만든 것이 절기다.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절기를 사전에서는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로 풀어 놓고 있다.

농사를 지을 때 유용한 시간표와도 같기 때문일 것이다.

농부들은 청명(淸明)인 4월 5일 또는 6일(양력)이 되면 한 해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망종(芒種, 5월 21일 또는 22일)은 씨 뿌리기 좋은 때로 구분한다.

농부만큼이나 절기에 민감한 직업이 있다.

바로 사진기자다.

앞에서 말했듯이 절기가 계절을 구분해 주는 만큼 이에 맞춰 신문 지면에 쓸 다양한 계절 스케치 사진을 취재해야 한다.

사진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어쩌면 사진을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만든다는 표현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과장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어렵게 사진을 찍어 낸다는 뜻이다.

[신문 속 사진 읽기] 삼계탕과 삼복(三伏)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을 지나 봄볕이 따스한 경칩(驚蟄, 3월 5일 또는 6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자연 현상으로 계절의 변화를 표현한 다른 절기들에 비해 이날만은 아주 구체적으로 개구리의 출현을 못 박아 놓았다.

난감한 일이다.

비 오면 비 온다고, 눈 내리면 눈 내린다고, 추우면 한파라고, 더우면 무더위라며 찍는 것이 계절 스케치다.

스케치 사진이라는 것이 없는 것을 만들어 찍을 수는 없다.

꽃이 피고, 장마가 지고,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면 그곳을 찾아가 실재 현상을 기자의 시선으로 찍으면 된다.

하지만 금방 깨어난 개구리를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지면에서 종종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를 본다.

때로는 깨어난 개구리가 없으면 '꿩 대신 닭'이라고, 개울가 버들강아지 사진으로 대신했다.

여기 여름철만 되면 어김없이 지면을 장식하는 삼계탕 사진이 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인 지난 7월 7일 취재된 사진이다.

[신문 속 사진 읽기] 삼계탕과 삼복(三伏)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봉사자들과 고려아연 직원들이 지역 홀몸 어르신과 취약계층에게 나눠줄 삼계탕을 포장하는 행사다.

행사 주최자인 적십자사 서울지사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취약계층에게 나눠줄 음식으로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을 선택했다.

행사가 열린 날이 소서라는 것을 알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소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삼계탕 포장 행사 보도 자료는 취재 데스크의 눈길을 끌 만했다.

넉넉하게 삶아진 삼계탕을 포장 용기에 담는 자원봉사자들과 고려아연 직원들의 훈훈함도 느껴진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포장 용기에 '초복(初伏) 맞이 삼계탕 나눔'이라고 행사의 목적을 적어 놓았다.

올해 초복 날인 7월 16일을 앞두고 미리 사진 행사를 마련한 듯 보인다.

대략 일주일을 남겨 둔 시점이니 조금 이른 감도 있다.

하지만 행사일이 소서이기 때문에 시의성 면에서 그리 과해 보이지 않는다.

[신문 속 사진 읽기] 삼계탕과 삼복(三伏)
두말할 것도 없이 삼계탕은 복날을 앞둔 무더위 스케치 사진으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24절기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절기보다 더 절기 같은 초복·중복·말복의 삼복(三伏) 날이 되면 삼계탕은 그 주요 모델로 자태를 뽐낸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대표적인 삼계탕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마찬가지다.

매년 복날이면 어김없이 취재되는 사진들이다.

과거 삼계탕보다 더 대표적이었던 여름 보양식은 보신탕이었다.

그러나 전국 591만 가구가 856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에 반려견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제 보신탕은 삼복더위 스케치 모델로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점점 사라져 가는 보신탕집처럼, 보신탕을 소재로 한 스케치 사진도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시대의 변화가 신문 지면의 계절 스케치 사진으로도 나타난 것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