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소설(SF)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며 SF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SF계를 대표하는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지난해 받은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상태'(알마 펴냄)이다.

심지어 전작인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 불능'은 휴고상, 로커스상에 네뷸러상까지 모두 휩쓸며 현시대 SF의 범전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작가 마샤 웰스도 세계적인 SF 작가 자리를 굳건히 했다.

머더봇 시리즈가 주목받는 건 새로운 유형의 영웅이자 안드로이드 캐릭터인 '머더봇' 덕분이다.

사회성 없고 소심하지만, 정의감과 연민이 넘치는, 뭔가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에 독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

'SF 신성' 웰스의 '머더봇 다이어리' 두 번째 이야기
전작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해주는 인간을 구하고자 사투를 벌인 머더봇은 자유와 보장된 미래를 얻었지만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난다.

자신의 이름이 '살인 로봇'(murderbot)으로 불리는 계기로 작용한 과거 학살 현장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이다.

파편화한 과거 기록과 언론 보도를 좇으며 머더봇은 자신이 일으켰다고 믿는 학살 장소를 스스로 찾아간다.

이 여정에서 머더봇은 자신보다 더 '스마트한' 새로운 인공지능 봇 ART와 함께한다.

두 로봇이 우주선 안에서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며 여러 '인간적'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대목들이 흥미롭다.

특히 이들의 관계에 끼어드는 '위안봇'(섹스봇)의 존재는 현실 사회의 자연적 원리를 이성적으로 묘파해내는 인류학 전공자다운 작가적 역량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후속편인 '머더봇 다이어리: 로그 프로토콜'과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고호관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