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종로 등 특구 모두 한산…이태원 상인 "클럽발 확진자 발생후 폭탄 맞은 듯"
특구 상인들 "사스·메르스 때보다 안 좋아"…"매출 10분의 1로 감소" 하소연

강남, 명동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서울시 관광특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반년간 수입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강남, 명동, 이태원, 종로, 동대문 패션타운, 잠실 등 서울시 6대 관광특구를 돌아봤다.

[인턴액티브] 코로나 발생 반년…서울 6대 관광특구, 관광객 발길 끊겨 '울상'
◇ 명동 골목내 점포 5곳 폐업…DDP 일부구역 식당 6곳 중 절반 단축 운영
15일 오전 11시께 찾은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
전통 도자기 체험 공방부터 한복 대여소, 포토존까지 마련돼있어 코로나19 이전에는 한복을 입은 채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손님의 과반을 차지했던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10년간 체험 공방을 운영한 차모(40대 중반) 사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다 거쳤지만 이게 최악"이라며 "외국인 손님은 아예 없고, 관광지다 보니 인파가 몰릴 거라는 인식 때문에 내국인 손님도 감소해 작년 이맘때보다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털어놨다.

20여분을 걸어 오후 2시께 도착한 명동 거리 상가에도 공실이 부쩍 늘었다.

한 골목 내 점포 5곳이 모두 폐업한 경우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시로 행인간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붐비던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화장품 가게마다 북적이는 중국인 손님들 때문에 가게 안으로 진입할 수 없던 것도 기억 속 일이 됐다.

[인턴액티브] 코로나 발생 반년…서울 6대 관광특구, 관광객 발길 끊겨 '울상'
오후 4시께 찾은 동대문 패션타운.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입주업체 점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 구역 음식점 6곳 중 3곳은 인건비 부담을 못 이겨 점심시간에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2곳은 아예 폐점했다.

그나마 정상 영업하는 한 음식점도 손님이 없어 직원들이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주방에서 나와 손님을 기다리던 최모(45) 셰프는 "평일 내내 문을 열고 있어도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직장인을 빼면 손님 수가 제로(0)에 수렴한다"며 "주변 음식점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거나 폐업을 하니 우리 가게도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DDP 근처 소품 샵에서 일하는 매니저 박모씨(30)도 "몇 달째 손님이 찾지 않아 문을 닫는 가게도 늘고 거리도 휑하다"며 "동대문에서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라 직원들 사이에서 '이제 망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털어놨다.

[인턴액티브] 코로나 발생 반년…서울 6대 관광특구, 관광객 발길 끊겨 '울상'
◇ 코엑스몰 도서관 좌석 80% 빈자리…이태원 상인 "월 1천500만원 손해"
이튿날 오전 11시께 찾은 잠실 일대도 주민 몇 명을 제외하면 관광객은 소수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전만 해도 롯데월드 방문객 등으로 인파가 몰렸던 석촌호수 산책로 역시 한적한 모습이었다.

지난 4월부터 석촌호수 산책로 카페에서 근무 중인 박모(20대)씨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부터 일했는데 일주일 단위로 10명 정도씩 손님이 줄고 있다"며 "최근 롯데월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1시께 찾은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부근.
평소 같았으면 코엑스몰에 위치한 식당가, 도서관, 옷가게가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로 붐볐을 테지만 이날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유명 도서관 좌석 40여개 중 33개가 비어 있었다.

[인턴액티브] 코로나 발생 반년…서울 6대 관광특구, 관광객 발길 끊겨 '울상'
한때 '젊음의 메카'로 불렸던 이태원세계음식거리 역시 명성이 무색하게 젊은이들을 찾기 힘들었다.

1월 방영된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덕분에 상권에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지난달 말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며 거리가 다시 썰렁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여파로 17일 정오께 찾은 이태원관광특구는 행인이나 손님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었지만 식당이 많은 경리단길과 지하철역 부근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일부 점포는 이미 폐점돼 공사 중인 포크레인 소리만 거리를 메웠다.

인테리어용으로 가게 외벽에 걸어둔 갖가지 술병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태원에서 10여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는 강모(66) 사장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젊은 사람들이 이태원을 많이 찾았는데 지난주 말에는 딱 2팀이 왔다"며 "임대료, 인건비, 전기세가 다 나가면 월 1천500만원 정도 손해를 본다.

결국 손해를 메우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태원 일대가 속된 말로 폭탄 맞은 분위기"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고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초부터 사실상 상권 전체가 죽은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SNS에서 '이태원 클럽'이라는 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전국적으로 이태원이라는 지역 이미지가 악화된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상인은 당국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기반과 관계자는 "서울 지역 관광특구의 경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측면이 크다"면서도 "관광특구를 포함,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지역관광팀 관계자는 "6개 관광특구의 침체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각 지역 관광특구 협의회와 지속적으로 회의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 해결책에 대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