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 재조사로 8천∼9천년 전으로 결론
제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30만년 전 형성'은 잘못된 상식
2000년대 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고 조사한 제주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형성 시기가 과학적 검증을 거친 조사 결과보다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4년에 걸쳐 거문오름용암동굴계 형성 시기를 재조사한 결과 약 9천년 전의 연대를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00년대 초반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20만∼30만년 전 형성돼 비교적 오래된 용암동굴이라는 연구 결과와 비교해 형성 시기가 무려 11만∼21만년이나 차이가 난다.

만장굴 등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형성시기를 20만∼30만년 전으로 해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20만∼30만년 전이라는 연대측정 결과는 한라산이 형성되던 시기(20만년~ 2만년 전)보다 더 앞선 것으로,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한라산보다 먼저 형성됐다는 의미가 된다.

또 2016년 이뤄진 2차 연대 측정 조사에서 약 8천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조사되자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정확한 연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등재 준비 과정 당시 측정한 연대 결과가 논란이 되자 2016년부터 3차 조사에 들어가 최근 9천년 전이라는 연대측정 결과를 얻었다.

다만, 3차 연대측정 결과도 약 9천년 전이지만 오차가 ±1천800년이다.

3차 연대측정에 우라늄 함량을 많이 가진 저어콘 광물을 분리해 연대를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한라산 일대의 백록담과 삼각봉, 영실 등의 형성 시기를 밝히는 데 활용했다.

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종유석 등 지질학적 가치가 중요하며 형성 시기는 부수적인 것"이라며 "1차 조사 당시 연대 측정을 위한 과학적 기술이 현재보다 발달하지 않았고 이후 2차와 3차 연대 측정 결과로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연대 논란이 종식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류가 지표의 경사면을 따라 해안으로 흐르면서 만들어진 동굴군으로, 전체 길이가 14㎞로 추정된다.

거문오름과 함께 웃산전굴(길이 3천m), 북오름굴(길이 300m), 대림굴(길이 300m), 만장굴(길이 7천400m), 벵뒤굴(〃 4천500m), 김녕굴(〃 700m), 선흘수직동굴(〃 100m), 용천굴(〃 3천400m), 당처물굴(110m), 남지미굴(250m) 등의 동굴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