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소설 거장 로버트 쿠버 초기 장편소설

야구는 인간이 창조한 스포츠 중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 구조를 가진 종목 중 하나다.

고도의 종합적 신체 능력이 요구되는 동시에 복잡한 작전과 규칙 탓에 지능도 높아야 소화할 수 있는 운동이다.

던지고 치고 달리는 박진감 넘지는 스포츠이면서도, 축구나 농구처럼 활동이 계속되는 대신 경기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특색이다.

그런 멈춤의 순간에는 바둑이나 장기처럼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둔 작전이 오가고 두뇌 게임이 펼쳐진다.

다양한 기록이 양산되고 선수와 지도자, 프런트의 능력치가 그 기록들로 평가된다.

그래서 야구는 자주 '인생'에 비유되고 야구를 소재로 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이 나왔다.

야구가 가진 복잡성과 불가측성 때문이다.

최근 작품 중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로는 매력남 브래드 피트에게 미국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을 안긴 '머니볼'(Money Ball)이 떠오른다.

미국 현대문학 거장 중 한 명인 로버트 쿠버도 이런 야구의 매력에 빠져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미국 언론에서 야구와 관련한 최고 서적 중 하나로 꼽히는 장편소설 '유니버설야구협회'이다.

가상의 야구 리그를 주재하는 남자…소설 '유니버설야구협회'
쿠버는 데뷔 초기부터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로 평가됐다.

원로 반열에 들어서도 독자들과 온라인 쌍방향 소통을 통해 다양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하이퍼 픽션'이라는 장르를 발전시킬 만큼 실험 정신이 가득했다.

그는 문학과 컴퓨터 게임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는 문학관을 가졌고, 진부한 리얼리즘 소설보다 환상과 꿈을 통해 고단한 현실을 탈출하려는 인간 본성에 충실한 작품을 쓰는 게 문학의 본령이라고 믿는다.

'유니버설야구협회'는 이런 쿠버의 문학 세계가 잘 반영된 작품이다.

주사위 야구 게임에 몰입한 한 중년 남성이 8개 팀으로 자신만의 상상 속 야구 리그를 만들어 시즌을 이어가며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다.

주사위 야구 리그 안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이 입단하고 은퇴하며 심지어 각 캐릭터는 모든 이력과 성격, 생활상들이 실제 인물처럼 펼쳐진다.

컴퓨터 게임이 없던 1968년에 쓴 두 번째 소설로, 최근 온라인 게임과 문학을 접목하고 통섭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점을 떠올리면 쿠버가 시대를 상당히 앞서간 천재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쿠버가 소설에서 묘사하는 주사위 야구 게임은 요즘 젊은이들이 즐기는 최첨단 온라인 야구 게임과 상당히 닮았다.

주인공은 의식 속에서 현실과 환상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없을 만큼 자신이 만든 게임 세계 속에 빠져 있다.

이런 집착과 망상은 게임 속 대투수의 아들이 대를 이어 리그에 투수로 데뷔하자 더 심해진다.

주인공은 이 대투수의 아들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하자 삶의 활기를 찾는 동시에 더욱 이 캐릭터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무리하게 경기 출장을 이어가던 이 신인 캐릭터는 어느 날 빈볼을 맞고 숨진다.

주인공 남자의 낙심 탓에 리그는 엉망이 되고, 이는 실제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인공 이름이 J. 헨리 워(J. Henry Waugh)인 것은 '여호와'(JHWH)로 상징되는 문학적 장치다.

그는 소설 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주재하는 조물주이기 때문이다.

1932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난 쿠버는 포스트모던 픽션과 메타 픽션의 거장으로 불린다.

1966년 첫 소설 '브루니스트가의 기원'으로 포크너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1969년 발표한 단편집 '요술 부지깽이'와 1977년 장편소설 '공개 화형' 등이 대표작이다.

오월의봄 펴냄. 김두완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