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싸우는 박물관·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 한네 튀겔 지음, 배명자 옮김.
대량소비문화의 '청결 사회'가 환경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강구한다.

독일 다큐멘터리 잡지의 편집자로서 수십 년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글을 써온 저자는 "인류가 만들어낸 '쓰고 버리는 문화'에서 생산된 상품은 소비된 뒤에 '쓰레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복수한다"고 지적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은 채 수백 년 동안 우리 곁에 머물고, 하수 정화가 되지 않는 화학물질은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돼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돌아온다.

미세먼지와 산화질소는 매일 우리의 호흡기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손 소독제 등 항균제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과도한 항균 물질 사용은 몸에 이로운 박테리아의 균형 잡힌 환경을 해칠 뿐만 아니라 몸에도 해롭다.

책에서 사례로 든 트라이클로산은 접촉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고 하수 정화 시설로도 완전해 분해하지 못해 수생 생물에는 독이 된다.

저자는 비누만 있으면 개인위생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핸드 젤, 발 탈취제, 물티슈, 스프레이 방향제, 다용도 세척제가 정말 우리 세상에 필요한지는 의문이며 먼지와 세균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무관심한 것만큼이나 잘못된 반응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충분한 수면으로 신체의 오물 방어력을 강화하자', '공격적인 세제와 케어 용품을 쓰지 말자', '창문을 열자', '식물을 실내 유해 물질 필터로 활용하자', '캡슐 커피를 버리자'와 같은 생활 속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반니. 276쪽. 1만6천원.
[신간]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 편견과 싸우는 박물관 = 리처드 샌델 지음, 고현수·박정언 옮김.
박물관이 편견과 맞서고 문화 간 이해를 높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영국 박물관학의 산실인 레스터대학교 학장인 저자는 경험적 연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주체로서 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와 '편견과 싸우는 전시'에 대해 관람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편견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심리학에 기반을 두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해 일상의 대화와 글에 대한 분석으로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구성 요소를 살피며, 이를 통해 편견을 정치적, 맥락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이런 의미에서 박물관은 편견을 가졌거나, 편견이 없거나, 또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사회에 대해 관람객들이 해석해 보고, 의견을 표현하며,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책에서는 영국 세인트 뭉고 박물관과 네덜란드 안네 프랑크 하우스의 사명, 목적, 상황을 자세히 다룬다.

특히 이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들이 박물관 경험에 어떻게 접근하며, 메시지를 받아들였는지를 살펴본다.

이 같은 논의와 연구의 결과 저자는 박물관이야말로 다름에 대한 대화를 열고, 나누고, 재구성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재구성의 과정에서 윤리적, 정치적인 어려움도 만나겠지만, 한편으로는 박물관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책임이 주어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연암서가.

336쪽. 1만8천원.
[신간]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 김두얼 지음.
경제사와 법경제학을 전공한 저자가 두 학문 분야를 알리기 위해 10년 이상 언론 매체에 기고해온 칼럼 50여 편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사람들이 예전에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는지를 경제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경제사이고, 사람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범죄를 미리 예방하려면 어느 정도의 형량을 부과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 법경제학이다.

저자는 칼럼을 쓸 때 일회적으로 소모되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고심하면서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집필하려고 노력했으며 '시론'에 해당하는 글보다 경제사와 법경제학을 소개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한다.

여러 경제적 쟁점을 다룬 이 책에서 특히 '재난과 경기 침체'를 다룬 부분이 눈에 띈다.

다양한 형태의 재난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 저자는 "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구되는 경향이 있으나 감염병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와 다르게 지속해서, 평생에 걸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부족함 없이 살았을 조선 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왜 가난한 백성들보다 짧았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는 그 당시 사회의 보편적인 혼인 연령이 잘 반영됐을까',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이 인류의 대량살상을 도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경제학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생각의힘. 276쪽. 1만7천원.
[신간]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