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는 왜 웃긴가?·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

▲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송은주 지음.
교대를 졸업한 뒤 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출산과 육아로 4년째 휴직 중인 저자가 교사와 교직, 학교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이 보고 겪은 교육 현장의 실태, 직업과 장래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올해 발령받는 97년생부터 20년 이상 고경력 교사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교사들에게 질문해 받은 답변과 교육의 현재, 미래에 관해 나름대로 조사한 내용도 들려준다.

저자는 부모가 외환위기로 경제적 곤경을 겪는 것을 보면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직업적 안정성을 중시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다.

정년 보장, 워라밸,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등 직업으로서 교사가 만족할 만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이 공허하고 내일이 두려운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남들이 다 장점이라고 말하는 '정년'이다.

저자에게는 정년이 보이지 않는다.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특기도 없고 성찰도 없는 교사'로 30년을 넘게 살아야 가까스로 정년퇴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는 이야기다.

100여명의 동시대 교사들에게 물어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사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 정년퇴직하는 교사의 비중이 0.7%에 불과할 정도로 정년이란 지금도 허울뿐이고 연금으로 노후에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

'나이 든 교사는 무능하다'거나 '교사는, 여교사는, 남교사는, 경력교사는, 초임교사는 어떠해야 한다', '일등 신붓감' 운운하는 편견과 고정관념도 저자 같은 교사들을 맥빠지게 한다.

저자가 보기에 교직의 장점인 안정성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일어날 직업, 환경적 변화로 인해 더는 유효하지 않다.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알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교사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교육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저자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나의 불만을 '배부른 돼지'의 허세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이제는 말하고 싶다.

교육전문가로서 학교, 교육, 사회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교사이고 싶다"고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김영사. 332쪽. 1만5천원.
[신간]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충청도는 왜 웃긴가? = 안상윤 지음.
방송인 출신 저자가 충청도식 화법에 담긴 독특한 정서와 기질적 특성을 분석했다.

저자는 '아래위 사이에 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유독 피침이 많았던 복잡다단한 충청도의 역사에 주목하고 그러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뭉근함', '능청', '너스레', '눙치기', '재치', '과장', '모사' 등 충청도의 기질적 특성을 조목조목 짚는다.

그러면서 '달처럼 한적하니 밤하늘에 떠서는 안 보는 척하면서 세상만사 다 굽어보고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슬바람', 즉 청풍명월(淸風明月)에 충청인들을 비유한다.

저자는 충청남도 예산 장터 국밥집에서 중년 사내 둘이 대화하는 것을 듣다가 매료돼 녹음하게 된다.

"며칠 뜨악허더니 워디가 션찮었담? 누구 말마따나 봄 도둑 모셔다 놓구 가을 도둑 쫓기가 더 급허던가 벼?", "그것두 그거지만 하우스 지붕이 션찮어서 그놈 고치느라… 차일피일허다 내려앉게 생겨서 자재 사다가 맘먹은 김에 후딱 해치워버렸지…"
'말 배틀'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이 대화에서 충청도 사람들이 말할 줄 알고 말의 재미를 알고 말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을, 나아가 삶을 재미나게 연출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유명 개그맨들 가운데 충청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고 백종원, 조영남, 김홍신 등등 개그맨이 아니더라도 웃음을 주는 인물이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청풍명월'의 퍼스낼리티가 혼탁한 언어와 극단의 진영논리에 발목 잡힌 우리 사회의 강퍅한 경직성을 풀어줄 수 있는 멋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휴먼필드. 276쪽. 1만3천500원.
[신간]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 = 오상준 지음.
골프코스 설계자이고 미국 골프매거진의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인 저자가 골프 및 골프장에 얽힌 인생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다 해고된 후 2001년 9·11 테러의 여파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방황하던 저자에게 골프는 유일한 위로였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었다.

변변한 샤워 시설이나 라커룸도 없던 뉴저지주의 '동네 골프장'에서 만난 할머니가 건네준 음식에 힘을 얻기도 했고 찬 바람 몰아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꽁꽁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혼자 나선 라운딩에 생애 최고 스코어를 기록할 뻔했다.

골프 저널리스트가 되기로 한 뒤 처음 초대받았던 노스캐롤라이나의 파인허스트 리조트, 영국 에든버러 예술대학 골프 코스 설계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후 '무제한 골프 카드'로 언제든 접근할 수 있었던 에든버러 근교 5개 골프장 등 저자들이 섭렵한 골프장 이야기가 이어진다.

2005년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전설적 골퍼 잭 니클라우스의 고별 라운드를 먼발치에서 지켜본 저자는 인천 송도의 골프코스 건설에 참여하면서 설계자인 니클라우스와 다시 만나게 된다.

바로 그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와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 클럽 나잇 브릿지 등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골프클럽들의 특징과 장점에 관한 설명도 들여준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도 골프와 골프장 이야기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용어 풀이와 배경 설명을 담았다.

시간여행. 228쪽. 1만5천원.
[신간]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