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데이비드 엡스타인 지음, 이한음 옮김.
인간의 학습과 성취에 관한 저술 활동에 주력해온 논픽션 작가가 각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는 폭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지닌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많음을 밝혀낸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예술가, 발명가, 미래 예측가, 과학자들의 삶을 조사하고 그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조기 교육에 대한 맹신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조기교육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두 살에 골프를 시작해 최고에 오른 타이거 우즈와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영국의 한 음악 기숙학교 학생들을 조사해보니 학교가 비범하다고 분류한 학생들은 악기를 더 늦게 시작했고 어릴 때 집에 악기가 없는 확률이 더 높았으며 음악 레슨도 드물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경제학자들의 연구에서는 학업 성취도를 높여준다는 67가지 아동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이 제공하는 이점은 빠르게 약해지고 심지어 완전히 사라지는 '페이드아웃' 효과가 뚜렷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절차 반복을 통해 금방 습득할 수 있는 '닫힌' 기능들을 가르치며 어떤 시점에 이르면 모든 아이가 자동으로 그런 기능을 습득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인생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히려 '샘플링 기간', 즉 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폭넓게 탐사하는 기간의 유무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0~15세 동안 훗날 자신들이 전념하게 되는 종목에 쏟아부은 시간이 준엘리트 선수들보다 적었다.

그 대신 그들은 체계가 엉성한 환경 아래서일지라도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는 샘플링 기간을 거쳤다.

영국의 조사에서는 고등학교 재학 기간에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가진 학생들보다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이 졸업 후 전직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많은 실증적, 역사적 사례를 들어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성취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열린책들. 464쪽. 2만원.
[신간]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민담형 인간
▲ 민담형 인간 = 신동흔 지음.
구비설화 전문가인 저자가 캐릭터 분석을 통해 동서양 민담을 새롭게 읽어낸다.

신성하고 위엄있는 이야기인 신화나 역사적인 근거를 가진 전설과 달리 민담은 흥미 위주의 옛이야기로, 대부분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30여년 동안 세계 각지의 민담 속 주인공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온 저자는 신화의 특징적인 캐릭터가 '영웅'이고 소설의 두드러진 캐릭터가 '개인'이라면 민담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트릭스터(trickster)'라고 설명한다.

트릭스터는 '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에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움직이는 행동파 인물'이다.

19세기 독일에서 그림 형제가 수집한 민담 속 주인공 '용감한 꼬마 재봉사'와 19세기 경주에 실존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하명물 정만서'가 대표적인 예다.

'용감한 꼬마 재봉사'는 파리 일곱 마리를 천 조각으로 한 방에 처치한 뒤 자신에게 용사의 자질이 있다고 믿으며 길을 떠나 거인을 물리치고 왕의 자리에 오른다.

' 천하 명물 정만서'는 자기 죽음을 앞두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죽어봐야 죽음이 무엇인지 알 것 아니냐"고 눙치는 괴짜다.

특별할 것이 없는 '보통 이하'의 인물이라는 점도 민담 주인공의 또 다른 특징이다.

체구가 엄청나게 크지만 천하에 둘도 없는 약골인 '보리밥 장군'이나 몸의 크기가 주먹만한 '주먹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저자는 "세기 전환기에는 신화적 판타지 열풍이 있었으나 이제 그것을 넘어선 민담적 서사가 솟아오르는 흐름이 곳곳에서 보인다"면서 "다소 황당한 스토리에 토대를 둔 '펭수'가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겨레출판. 312쪽. 1만6천원.
[신간]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민담형 인간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윤기 지음.
2000년 첫 권이 출간된 이래 그리스·로마 신화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같은 제목의 시리즈 다섯 권을 출간 20주년, 고인이 된 저자 10주기를 맞아 한 권으로 묶어 재출간했다.

저자의 그리스·로마 시리즈는 '21세기 한국인의 교양 지도를 바꿔놓은 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난 20년간 23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먼 나라의 옛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리스·로마 신화가 국민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고 만화와 공연, 전시로 확장돼 온 데는 저자와 이 책의 공헌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특별판은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등 시리즈 다섯 권의 텍스트를 가감 없이 담고 기존 책에서 선별하고 새롭게 추가한 도판 자료 220여점을 수록했다.

웅진지식하우스. 1천200쪽. 3만9천800원.
[신간]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민담형 인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