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학술대회를 한국에서 엽시다.”

국내 한 의료학회는 미국 본부로부터 최근 이런 제안을 받았다. 이유는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한국이 가장 안전하다는 회원들의 의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주최국이 떠안던 행사 비용도 일부만 내면 된다는 파격 조건까지 붙었다. 학회 관계자는 “국제 행사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최소 3~4년 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이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개최지로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 감염을 통제할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생겨난 뜻밖의 신드롬이다. 마이스산업은 매출 10억원당 52명의 고용을 창출해 반도체(36명), 조선(32명)보다 고용 효과가 큰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통한다.

한국관광산업은 ‘성장 중’이다. 2009년 31위였던 관광산업 경쟁력은 10년 만인 지난해 16위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질적(質的) 펀더멘털’이다.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서비스 인프라의 진화로 일궜다기보다 한류라는 팬덤 효과가 컸다. 한류만 믿다간 일본, 중국과의 아시아 관광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은 “코로나 신드롬이 일시적 조류로 끝나지 않으려면 한국 관광의 질적 성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마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킬러 콘텐츠 확보에 나서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이선우 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