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서 애벌레 부화…"유전적 다양성 확보"
춘천 장수하늘소 암컷,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 번식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46년 만에 발견됐다고 알려진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가 경기도 포천 광릉 숲에 서식하던 개체와 번식에 성공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8월 춘천에서 찾아 인공 증식한 장수하늘소 암컷 중 한 마리가 처음으로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해 산란과 부화를 마쳤다고 13일 밝혔다.

두 마리는 2월 하순 짝짓기를 시작했고, 3월 중순께 알을 낳았다.

이어 지난 3일 길이 1㎝ 미만인 애벌레가 처음으로 나왔다.

작년에 춘천에서 장수하늘소가 발견된 곳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75호 '춘천의 장수하늘소 발생지'로 지정됐다가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1973년 지정 해제된 곳과 가깝다.

이후 국내에서는 장수하늘소가 광릉 숲에만 서식한다고 알려졌다.

춘천 장수하늘소 암컷,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 번식했다
당시 발견된 장수하늘소 유충 7마리 중 5마리가 국립문화재연구소로 갔고, 나머지 2마리는 국립과천과학으로 옮겨졌다.

국립과천과학관 유충은 두 마리가 짝짓기해 번식했다.

이성경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장수하늘소는 보통 알 60개를 낳는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31개만 확인했다"며 "실험실에서는 부화 성공률이 80∼90%는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 상태에서는 알에서 성충이 되는 데 5년 정도 걸리지만, 실험실에서는 생육 기간이 단축된다"며 "다만 너무 빨리 성충이 되면 크기가 작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사는 "춘천 지역 장수하늘소가 처음으로 외부 지역 개체와 짝짓기를 통해 대를 이었다는 점에서 장수하늘소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번식에 성공한 춘천 장수하늘소 암컷은 죽었다.

남은 네 마리 중 암컷은 한 마리이고, 수컷은 세 마리다.

연구소는 광릉숲에 사는 암컷 두 마리를 데려와 번식을 시도할 예정이다.

춘천 장수하늘소 암컷,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 번식했다
장수하늘소는 딱정벌레목 하늘솟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 산다.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는 숲에서 서식하며, 6∼9월에 주로 나타난다.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이다.

이 연구사는 "인공 사육과 증식을 통해 서식지를 추가로 복원하고, 장수하늘소를 활용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